전시장에서 만난 프리다

솔직한 그녀의 매력에 빠지다


전시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 앞에서 보낸

시간이 내 마음 어딘가를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두 명의 프리다" 앞에서는 한참을 서 있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프리다와 전통 의상을 입은 프리다가 손을 잡고 앉아 있는 그 그림 속에서, 나는 묘하게도 현대를 사는 우리 여성들의 모습을 보았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의 선택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보다 21살 많은 이 남자는 당시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였다.

거대한 체구에 넘치는 재능, 그리고 끊임없는 바람기까지. 프리다가 그를 사랑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언젠가 그 남자보다 더 유명해질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디에고의 바람은 일상이었다. 심지어 프리다의 여동생 크리스티나와 까지 불륜을 저질렀으니, 그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프리다의 반응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무너지는 대신 더 강해졌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울 때, 그녀 역시 남자든 여자든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사랑했다. 이사무 노구치, 레온 트로츠키, 그리고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는 그녀만의 복수이자 해방이었을지도 모른다.

요즘 말로 하면 완전 '워너비 독립여성' 아닌가? 남편의 바람기에 울면서 참기만 하는 대신, 자신도 당당하게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했으니까.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여자

6세 때 소아마비, 18세 때의 끔찍한 교통사고. 프리다의 몸은 평생 고통의 집합체였다. 35번의 수술, 반복되는 유산, 불임의 아픔까지. 현대 여성들이 겪는 생리통, 임신과 출산의 고통, 불임 치료의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그 본질은 비슷하다. 여자로 태어나 겪어야 하는 몸의 고통들.

하지만 프리다는 그 고통을 숨기지 않았다. "부서진 기둥"에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가차 없이 드러낸다. 못들이 온몸을 관통하고, 척추는 부서진 기둥으로 표현된 자화상 앞에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요즘 우리가 SNS에 올리는 완벽하게 보정된 셀카와는 정반대다. 프리다는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고, 그것이 오히려 강렬한 아름다움이 되었다.


남편 그늘에서 벗어나 빛이 된 여자

당시만 해도 디에고 리베라가 훨씬 유명했다. 프리다는 '리베라의 아내'로 소개되곤 했다. 마치 유명한 남편 덕분에 주목받는 요즘의 어떤 연예인 부인들처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 디에고 리베라를 검색하면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이게 얼마나 통쾌한 반전인가? 바람둥이 남편에게 상처받으며 살았던 여자가, 결국은 그 남자보다 더 큰 예술가로 기억되고 있으니까. 프리다의 그림값은 이제 디에고의 것을 훨씬 넘어섰고, 전 세계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의 아이콘이 되었다.

2025년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전시장에서 만난 프리다를 보며 생각했다. 그녀가 지금 시대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인스타그램에는 화려한 멕시코 전통 의상을 입은 셀카를 올렸을 것이고, 유튜브에는 자신의 그림 그리는 과정을 업로드했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바람에 대해서는 트위터에서 날카로운 독설을 퍼부었을 수도 있고.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통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강인함,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당당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포기하지 않는 의지. 이것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들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 여성들도 크고 작은 '디에고'들을 만난다. 우리의 재능을 과소평가하는 상사, 출산과 육아를 오롯이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사회, 여전히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만 정의하려 드는 시선들. 하지만 프리다처럼 우리도 그 모든 것들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시장을 나서며 다짐했다. 프리다처럼 내 상처를 숨기지 말고, 내 고통을 나만의 예술로 만들어가자고. 그리고 누군가의 그늘이 아닌, 나 자신의 빛으로 세상을 밝혀가자고.

프리다 칼로, 그녀는 단순히 과거의 화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살아있는 영감이다.

가시목걸이를한자화상


가시 목걸이에 매달린 건 죽은 벌새


거미원숭이의 특징은 새끼를 너무 사랑해서

너무 세게 껴안아 숨이 막혀 죽게 만들기도 한다고



그녀가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거처럼

나도 나를 그림이 아닌 글로 날 그리고 있는 중

솔직한 나의 글이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힘이 되길 바라며


눈썹이 자꾸 진해지는 이유를 오늘 도슨트 설명을 듣고 알았다

사랑할 수 없는 곳에서시간을 지체하지 말라
남편과 불륜한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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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화살로 아프겠지만 얼굴은 평온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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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핀 남편을 용서하고 이마에 눈을 그려줘 철들라고 품어주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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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로 하반신을 가리기 위해 상체를 많이 꾸몄다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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