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Part_1 역사적 시선 / 미적 시선
나무 책상 위에 육각기둥으로 된 노란 연필 한 자루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누군가 열심히 사용했는지 연필 끝이 뭉뚝합니다. 작은 이 물건이 우리 손끝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생각해 봅니다. 연필을 쥐고 쓴 첫 글씨, 아이디어 스케치 그리고 때로는 무심코 끄적였던 낙서들. 연필은 그 순간을 담아내고, 시간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깁니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생기는 부드러운 흑연의 자국은 한 사람의 생각이 세상에 새겨지는 방식이죠.
연필을 단순히 글을 쓰는 도구로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생각을 기록하고, 영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도구이죠. 연필 끝에서 나오는 선은 우리의 생각이 실체가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연필 중앙에 있는 연필심의 흑연은 우리의 머릿속 생각을 현실과 이어줍니다. 그리고 연필 반대편에 달린 지우개는 우리의 실수를 감싸 안습니다. 괜찮다고 위로하며, 새로운 기회를 주죠.
지우개가 달린 연필 그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줍니다. 그리고 우리의 손끝에서 자유롭게 창의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물입니다.
연필의 역사는 16세기 중반, 영국 북부에서 시작됩니다. 1560년, 광부들이 흑연 덩어리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연필이 탄생합니다. 이때 발견된 흑연은 농부들이 처음에 양을 표시하는 데 사용되었고, 곧바로 나무로 감싼 형태의 필기구로 발전했습니다. 당시 연필의 가장 큰 혁신은 흑연을 단단히 고정할 수 있게 나무로 감싸는 방법이 개발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 간단한 발명 덕분에 손쉽게 흑연을 사용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죠.
18세기에 들어서는 연필의 제작 기술이 더 발전합니다. 독일의 팔츠 주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이 흑연을 점토와 섞어 압축하는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흑연의 질감을 제어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 방식은 현대 연필 생산의 기초가 되었고, 연필은 이제 질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19세기에는 프랑스의 니콜라스 자크 콩테가 연필 생산에서 큰 업적을 남깁니다. 흑연과 점토를 혼합하여 고온에서 굽는 방식을 찾아낸거죠. 이 방법은 연필의 내구성을 높여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연필과 매우 유사한 형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연필의 디자인은 20세기 중반부터 펼쳐집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연필의 재료가 더 다양해지고, 디자인이 예술적인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몽블랑, 파버카스텔과 같은 고급 브랜드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품격 있는 물건으로 연필을 재해석하게 되었죠.
연필은 시대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연필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연구가 있었고, 그 시도 끝에 우리는 지금 연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필 한 자루 안에는 깊은 역사 배경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연필을 더 소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겠습니다.
나무, 흑연, 금속 밴드, 그리고 지우개로 구성된 연필은 본질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의 표본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 단순한 디자인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유지되어 왔습니다. 본질만 남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남아 있을 수 있던 것이죠.
연필은 보통 육각기둥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용자가 연필을 잡았을 때, 어떻게 하면 가장 편한 그립감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서 나온 결과물입니다. 연필이 만약 사각기둥이라면 손에 쥐었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육각기둥은 그립감뿐만 아니라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각(角)이 연필을 감싸며 바닥으로 떨어질 확률을 줄이고 있습니다.
연필심 반대편에 위치한 지우개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작은 지우개는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창작자가 연필을 사용할 때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죠.
연필은 우리가 체념하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창작을 하고 부족하지 않나 다시 고민해 보고 지우고 다시 써 내려갑니다. 체념한다는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연필은 더 발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적을 것'이라는 용도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저의 글을 읽고, 평범하고 익숙한 사물이 보다 소중하게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연필에 새겨진 H와 B가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