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투명도 Oct 03. 2024

커피를 여기에 담아 마셔보세요

일본의 미학이 담긴 우스하리잔을 소개할게요.

맑고 투명한 유리잔이 나무 식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얇은 유리면은, 잔에 담긴 물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손으로 만지면 그 가벼움을 느낄 수 있고, 유리면의 두께를 관찰하면 매우 얇습니다. 

물을 마신다는 단순한 행위라도 우스하리잔을 사용하면 더 특별해집니다.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돕죠. 시원한 캔맥주를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우스하리잔에 담아 먹으면 괜히 기분이 납니다. 




우스하리는 평범한 잔이 아닙니다. 현재의 순간을 인지시켜주는 도구로 볼 수 있습니다.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잊곤 합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생각하는 순간, 그 안에 스며든 하루의 여유를 말이죠. 우스하리잔은 시간을 소중하게 그리고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물입니다. 투명하고 얇은 우스하리잔을 보며 커피를 마시면, 잠시나마 순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일본어로 우스하리의 '우스'는 얇은이라는 의미이고, '하리'는 유리를 뜻합니다.

'얇은 유리', 오늘은 일본의 유리 역사가 담긴 우스하리에 대해 들려드릴게요.



역사적 시

17세기 에도 시대 중반에 일본은 네덜란드와의 교류를 통해 서양 문물을 접하게 됩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일본에 유리 제품을 수입하면서, 일본 장인들은 서양의 유리 제조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당시에 유리는 굉장히 생소한 재료였습니다. 굉장히 귀한 재료였다고 하죠. 일본 장인들이 네덜란드의 기술을 연구하면서, 서양의 유리 제조법을 일본의 방식대로 풀어나갑니다. 


일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미학이 '간결함 속의 아름다움'이라고 합니다.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미니멀리즘이 더해지며, 유리잔을 더 얇고 가볍게 제작하는 기술이 발전하게 됐다고 합니다. 결국 교류와 기술의 발전으로 우스하리잔이 탄생했습니다. 네덜란드 기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일본의 장인 정신과 미학적 기준을 반영한 독특한 유리잔으로 자리 잡게 되죠.


사회적 시선

우스하리잔은 일본 미학의 핵심인 미니멀리즘을 상징하는 사물입니다. 일본의 전통 미학에서는 '덜어냄'과 '비움'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안에 남겨진 공간에서 찾는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여백의 미'를 추구하죠. 무인양품(Muji)을 생각해 보면, 일본의 추구미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얇고 투명한 디자인으로 일본의 전통 미학을 아직까지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잔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차분하고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이 잔은 일본의 차 문화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행위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을 알아차리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우스하리잔을 통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갈증을 해소하는 것이 아닌, 잔을 들고 차분히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습니다. 빠른 현대 사회 속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해 주죠.


요즘 들어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물건에 담긴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합니다. 소비는 더 이상 물건 그 자체의 용도뿐 아니라, 그 물건이 제공하는 경험과 감정을 중시하게 되었죠.


우스하리잔은 그런 맥락에서 주목할만한 제품입니다. 이 잔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잔을 통해 섬세하고 세련된 경험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일상 속에서 고급스러움과 심미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우스하리잔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특별한 사물이 됩니다. 물질적인 소유만을 중시했던 과거의 소비문화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 더 중요해진 취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능적 시선

우스하리잔의 가장 큰 기능적 특징은 얇은 두께입니다. 일반적인 유리잔과 비교했을 때 유리벽의 두께가 매우 얇아, 음료가 입술에 닿는 순간의 촉감이 다릅니다. 입술과 음료 사이의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죠. 덕분에 음료 자체와 더욱 직접적으로 연결된 느낌을 받습니다. 음료의 온도와 질감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는 얇은 유리벽은 마치 음료가 입술에 바로 닿는 듯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덕분에 음료를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죠.


우스하리잔을 들어보면 굉장히 가볍습니다. 잔을 들고 마실 때 손에 부담이 느껴지지 않고, 음료를 마시는 과정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손목의 피로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음료를 즐기는 시간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투명하고 얇은 유리 벽 덕분에 시각적 아름다움을 전달합니다. 투명한 유리잔 속에 담긴 음료의 색과 빛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와인의 붉은색이나 차를 내린 색, 차가운 물에 담긴 얼음이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더 아름답게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내구성이 다소 약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에 신경을 썼다고 하지만, 두께가 얇기 때문에 설거지를 할 때 조금 불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깨지지 않게 잘 다룬다면, 소중한 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사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스하리잔은 최소한의 물건으로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릴 것 같습니다. 단순히 물을 마시는 행위조차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 그 순간의 여유와 평온함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PS.

안녕하세요 불투명도 임시영입니다! 먼저 끝까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올해 친구에게 우스하리잔을 선물 받았어요. 친구가 이 잔을 샀는데 엄청 극찬을 하더라고요. 도대체 얼마나 얇을지, 친구가 말하는 입술의 촉감이 도대체 무엇인지, 잔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잔이 오자마자 저는 시원한 캔맥주를 천천히 따라 부어 마셨어요. 아무래도 유리가 얇기 때문에 가볍고, 입술의 감촉이 달랐습니다. 제가 살면서 이렇게 얇은 잔으로 마셔본 건 처음이 아닐까 싶었죠. 유리벽이 1mm가 넘지 않는 선에서 만드는 것이 제조 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0.9mm로 굉장히 얇아요. 


요즘 들어 일본의 섬세하고 미니멀한 감성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저도 취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무인양품의 팬, 일명 '무인러'가 됐네요. 여러분도 저의 글을 보며 취향을 찾아가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왜 아직까지 10년 넘은 수건을 쓰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