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다, 오르골

이젠 나아가자. 어둠일지라도

by 트루먼 초이

기차가 출발했다.

오르골 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

단순한 멜로디, 그 멜로디 속 추억


추억이 아름다워졌다.

추억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오르골 속 오렌지색 조명

그 조명 속에 있던 우리

어긋남을 찾고, 아쉬움을 흘리며

과거를 떠올린다.


현실이 어두울 때 우린 과거를 떠올린다.

과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던 순간을.

오르골 속 과거로 날 데려가달라고 말한다.


밝게. 따뜻하게. 그때는 참 좋았던 것처럼.


오늘 나는 오르골을 들으며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한 현재가

마침내 추억이 된 순간


Farewell을 기념하며 서로 나눈 인사

인사 속에 담긴 미련

흔들렸다, 한때 진심으로 아꼈던 추억이기에

단순한 악수마저도 나를 흔들었다

내 추억은 태풍이 아닌 산들바람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오르골은 오르골이다.

창밖은 어둡지만, 현실이다.


뻐근한 허벅지가 나를 붙잡았다.

그건 내가 지나온 기록이었다.


내가 지나온 기록.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지 말라고 말하는 조용한 외침.


내가 봐야 할 건

오르골 속 밝음이 아니라

창밖의 어둠이었다.


흔들렸었다.

마침표를 지우고 싶었다.

조금 더 붙잡으면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간다는 건

같은 구조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일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정확히는, 잘못이라고 판결 내릴게 아니다.

판결 후엔 무엇이 남겠는가.

우리의 시간은 죄가 아니었는데


번뇌의 끝에 난 말했다.

나 스스로에게 말했다.


“돌아갈 수 없다.”


강해지진 못해도

무너지진 말자는 약속

훈련이 남긴 흔적

지금도 할 수 있다

이미 해왔듯이


오르골은 닫혔다.


이제 나는 창밖의 어둠을 본다.


어둠 속은 외롭겠지.

오르골 속 따듯함이 없을 수도 있겠지.

인정한다, 그럼에도 나아간다.

오르골은 추억이니까.


차가울 수 있는 현재로

다시 내 몸을 튼다.

앞으로 가야 하니까.

그게 내가 선택한

아름다운 마무리이니까.


상자에서 벗어나

기차에 몸을 싣는다.

기차는 앞으로 나아간다.

약간의 덜컹거림은 있지만.


고마웠다.

나의 오르골.

이젠 걸어가자.

어둠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