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싸이월드 페이퍼 : 0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대신 '싸이월드'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추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며 요새 즐겨듣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좋아요’ 수만큼 일일 방문자 수에 민감하게 반응한 나머지 ‘도토리’라는 인터넷 화폐를 사용해 미니홈피 배경을 현란하게 꾸미느라 여념이 없기도 했다. 이처럼 싸이월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선조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2000년대 초중반 대중들은 이곳을 통해 지인들과 많은 소통과 교류를 나누었다.
페이스북은 들여다보는 정도고 인스타그램은 아예 하지 않는 나도 과거 대학 학창시절에 싸이월드만큼은 꽤나 오랫동안 꾸준히 했었다. 하지만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남들의 이목을 끌만한 사진들로 미니홈피 방문을 유도할 수 없었다. 나 역시 일일 방문자 수에 민감했던 만큼 방문자를 유도하기 위한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래서 작성했던 것이 바로 '페이퍼'였다.(※ 초창기에는 다이어리라고 불렸다. 후에 페이퍼로 명칭이 변경되었는데 여기서는 페이퍼로 통일하기로 한다) 그동안 내가 살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페이퍼에 연재한 것이었다. 본인의 온갖 희로애락이 페이퍼에 고스란히 담겼었다. 그렇게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연재된 페이퍼의 수가 무려 700여 개에 달했다.
브런치에서는 이중 작가가 되고자 고군분투했던 나의 대학시절, 무명작가 시절의 일상이나 추억을 담은 페이퍼 33개를 엄선해서 소개할까 한다. 만약 부제가 붙는다면 <Road to Writer>가 적절할 것이다. 신춘문예와 문학 공모전에 숱하게 도전했다 떨어진 이야기, 지금은 책으로 출간된 소설들의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작가가 되고자 방황하며 고생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질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작가라는 꿈을 갖고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현실을 덤덤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우여곡절과 시행착오가 모두 현재 본인을 작가로 만들어주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또한 독자들에게 들려드리고 싶다.
순차적으로 소개할 33개 페이퍼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1. 이기호 작가님은 4위인데……
2. 폼 나는 짓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3. 성시경씨 죄송해요.
4. 미안하다 책으로는 안 나온다.
5. 당선작이라고 말하기 전까진 졸작에 불과했다.
6. 예비 3순위인데요.
7. 아웃당한 오리
8. 만들지도 않았는데 시즌 2를 생각하다!
9. 명지대학교 입학관리처가 날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10. 매일 한 명씩 느는 독자
11. <메리대구 공방전>의 히어로, 강대구를 존경하다!
12. 이 죽일 놈의 토익
13. 잘하면 졸업할 수 있겠구나!
14. 친구의 졸업식을 다녀와서
15. <스타크래프트>와 <레인보우 식스> 속 한글97
16. 삼일동안 주인공의 필살도술 작명을 가지고 고심하다.
17. 아무도 안 계세요?
18. 신춘문예 등단은 가산점 10점짜리
19. 이번엔 되어야지.
20. 주인공을 아주 비참하게 만들 거야.
21. 제수씨의 합격 축하턱
22. 주제와 소재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23. 삼촌, 최지운이 누구에요?
24. 왜 보낸 뒤에 발견되는 거야?
25. 어느 토요일의 한바탕 난리
26. 땡큐, 몽골피에
27. 그런 걸 기재하라는 칸이 없던 걸요?
28. 잃어버린 나의 작품이 돌아오다.
29. 시험지에 적은 시놉시스
30. 내 이름의 숨은 뜻
31. 행운의 부적을 떠나보내다.
32. 나의 집필 습관
33. 지정석은 아니건만
브런치의 반응이 좋아서 후속작을 낼 기회가 주어진다면 학창시절이나 군복무 시절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기술한 페이퍼를 따로 모아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뵙고 싶다.
그럼 지금부터 과거로의 추억여행을 떠나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