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싸이월드 페이퍼 : 13화
페이퍼 작성 : 2008년 6월 18일 시간적 배경 : 2008년 6월 초순
2007년 가을에 내가 서울산업대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는 결코 석사학위 때문이 아니다. 석․박사 학위를 따서 교수가 될 생각이었다면 차라리 모교인 동국대 대학원을 갔을 것이다. 아마 내가 교수를 꿈꾼다면 분명 전공은 문창과일텐데 문창과의 교수님은 현역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 중에 석․박사 학위를 가지신 분은 그리 많지 않다.
학교 인지도 면에서 동국대보다 떨어지는 서울산업대로 진학한 이유는,
“그 학교 학생들은 과연 어떠한 작품을 쓸까? 교수님들은 어떻게 가르치실까?”
이러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일부 지인들이 제기하는, 국립대라 등록금이 싸서 그곳으로 간다는 추측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서울산업대 학생들은 작품을 잘 쓰지 않았다. 그들이 게을러서라기보다는 학과의 커리큘럼 때문일 것이다. 창작 강의도 별로 없다. 그리고 동국대 학생들과 달리 졸업 후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보다는 취업이 우선인 학생들이 더 많았다. 당연히 예전의 멍청했던 나처럼 남들 토익을 공부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올 시간에 작품을 쓰는 짓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학원에서 좀 더 작품 창작의 수련을 쌓으려 했던 기대는 접어야 했다. 솔직히 그런 목적이 일부 있기도 했지만 ‘백수’ 대신 ‘아직 학생’이라는 신분을 유지하는 것에 대학원을 다니는 의의를 두고 있다.(그래도 이번 학기는 악착같이 창작 강의만 들어 어떻게든 소설 한 편을 집필할 수 있었다. 희곡도 비록 공동창작이기는 했지만 하나 완성했고)
당연히 졸업의 필요성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건 학위논문 작성이 서울산업대 대학원의 졸업요건이라는 걸 안 후부터 굳어진 생각이었다. 국문과도 아닌데 무슨 논문으로 졸업을 하느냐는 잘못된 내 선입견일 수도 있다. 그러나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배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지운아, 논문 생각해 놓은 거 있니?”
라고 물으면,
“아뇨.”
라고 시원하게 대답한다.
“그럼 졸업은 어떻게 할 거야?”
“못 하면 말죠. 아니면 논문 대신 작품으로 졸업요건 학칙이 바뀌는 그날까지 버텨보거나.”
이러한 배짱으로 이젠 3학기 밖에 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연하게 석사학위논문을 구상하기보다는 차기작의 소재를 발굴하는데 더 몰두한다.
그런데 지난 주, 내게는 아주 반가운 일이 일어났다. 문창과 교수님 회의 자리에서 대학원 졸업요건으로 논문만 고집하는 건 무리가 아니냐는 얘기들이 오갔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현재 작가로 왕성히 활동하시는 분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집에 간단한 해설을 첨부하여 제출하는 걸로 논문을 대신하자는 결론에 도달하셨다.
‘신춘문예나 유명 문예지에 등단하고 작품집을 낼 수 있을 정도의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면 졸업이 가능하다 이거지?’
물론 앞으로 남은 3학기 동안 내가 위의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계속 논문이었다면 졸업할 확률이 0%였을 텐데 최소한 위의 요건은 확률이 이보다 이상이었다.
‘어떻게든 남은 기간 동안 빨리 등단하는 거야. 그런 후에 써놓은 작품이 많으니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거절하지 말고 무조건 보내는 거야. 그렇게 한 이년 정도 하다 보면 작품집을 낼만한 분량을 충족시키겠지. 그래, 그렇게 하면 졸업을 할 수도 있겠다.’
그동안 공모전에 도전했을 때의 심정은 등단했다는 타이틀과 작가라는 명예를 얻고 싶어서였고 최근에는 궁핍한 생활로 인해 상금이 주목적이었다. 아마 이후로는 이렇게 바뀔 것 같다.
‘하느님, 이왕 대학원에 들어온 거 졸업은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이제 일 년 반 밖에 안 남았거든요. 제발 등단의 행운을 좀 미리 당겨서 베풀어주시면 안 될까요?’
(에필로그)
이런 바람과 달리 나는 결국 석사학위논문을 쓰고 졸업했다. 작가가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자꾸 나이만 먹어가고 주변의 지인들은 취직에 결혼을 하면서 사람(?)답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니 하루라도 빨리 졸업하고 사회에 나서야 되겠다는 초조함과 불안감이 작용한 탓이다.
학위논문을 쓰는 게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나는 지도교수님이신 김미도 선생님의 지도 아래 차근차근 논문을 작성해나갔다. 그 덕분에 논문을 쓰겠다고 결심한 지 일 년 만에 논문을 완성해 심사를 통과하고는 빛나는(?) 졸업장을 받았다.
2020년에는 박사학위까지 학위논문을 써서 받았다. 작가로 살아가는데 굳이 박사학위는 필요 없지만 대학교에 출강을 나가기 위해서는 필요했다. 더구나 교수가 되고자 한다면 더더욱 그랬다. 위의 페이퍼에서 문창과 교수는 학위가 아니라 활발한 작품 경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경력만 갖고는 부족했다.(모르겠다. 노벨문학상 정도 받으면 필요가 없을지도…) 박사학위가 없으면 애당초 지원할 수조차 없는 곳도 많았다. 예전에 토익과 같은 외국어 점수가 없어 아예 입사지원조차 불가능했던 것과 다를 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