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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운 Mar 08. 2022

신춘문예 등단은 가산점 10점짜리

마이 싸이월드 페이퍼 : 18화

페이퍼 작성 : 2006년 9월 29일                      시간적 배경 : 2006년 9월 중순부터 29일까지      



  내년 졸업과 동시에 백수는 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요새 토익 점수 따위를 보지 않는 회사를 찾아 열심히 입사지원서를 넣고 있다.(사실 백수가 되지 않는 가장 쉬운 법은 대학원 진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많은 선배들이 이런 변명과 함께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절대 글을 쓰는 직업은 갖지 않겠다고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나 잡지사도 기웃거리고 있다.(글 쓰는 일이 직업이 되면 질려버려 아무래도 작품을 못 쓸 것 같다는 판단에서이다)

  최근에는 학사사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군 복무를 그리 잘했던 건 아니지만 학과 전공에 따라 정훈 장교가 된다면 그건 충분히 수행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들어서이다. 특히 따로 필기시험을 보지 않고 수능과 대학성적만을 가지고 선별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수능 점수는 200점대 중반대로 형편없었지만 학점은 4점이 넘는 평점이라 그것에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여기에 의외로 가산점 부과 대상에 많이 포함되었다.     

(1) 자동차 운전 면허증 …… +4     


사실 운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남들은 다 갖고 있는 면허증을 나만 없는 게 왠지 쪽팔려 올 초에 따두었는데 이런 덕을 보게 된다.     


(2) 각종 전산 자격증 …… + 4     


자격증은 공무원 시험뿐만 아니라 학사사관 후보 선발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워드, 컴활, 정보처리 등에서 4점의 가산점을 준다는데 이런 자격증들이 널린 난 이들 중 달랑 하나에서만 가산점을 받는다는 사실이 다소 서글퍼지기까지 하다.     


(3) 한자자격증 …… + 4     


이것도 역시 필요성보다는 먼저 취득한 친구에게 뒤쳐질 수 없다는 오기로 따두었는데 역시 꽤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반면 남들에게는 흔한 가산점인데 나는 이를 받지 못하는 것도 존재한다. 토익점수와 태권도 단증이다. 토익은 여태 한 번도 보지 않았고 남자라면 군 복무 시절 누구나 다 딴다는 태권도 단증은 창피하게도 내게 없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3가지의 가산점 말고도 남들은 갖기 위한 가산점 대상에 난 하나 더 포함되었다. 


(4) 체육예술문화 등의 공인된 기관이나 단체에서 수상한 실적 …… +10     


올 초 신춘문예에 당선된 나는 여기에 해당되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토익 점수와 단증에서 까먹은 가산점을 메울 수 있었다. 그 결과 난 무려 22점의 가산점을 취득했다. 이 정도면 부족한 수능점수를 메우고도 충분히 다른 학사사관 응시자들과 동등한 경쟁을 해볼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한편으론 꼭 이렇게까지 취직에 안달해야 하는, 내 자신에 대한 한심스러움과 무능함도 느꼈다. 그냥 졸업 전에 작가로 성공했으면 좋았잖아.       


* 학사사관에 지원해서 서류전형까지는 통과했지만 면접과 체력검정을 보지 않아 결국 탈락했다. 붙었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만약 면접과 체력검정을 봤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에필로그)     


  문학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군대에서도 장교를 뽑을 때 체육, 예술, 문화 분야의 수상자에게 무려 10점의 가산점을 혜택으로 주는데 오히려 출판사나 신문사 등에서는 전혀 이런 것들이 없었다. 물론 인정받은 작가가 뛰어난 사원이라는 법칙은 없지만 문학을 공부하고 연마한 사람이라는 간접적인 증명이 될 텐데도 문학동네, 창비 등의 출판사에서는 신춘문예 등단경력을 자랑스럽게 기록한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매몰차게 거절했다. 

  요즘은 자기소개서에 아예 등단경력을 기입하지 않는다. 알아주지도 않는데 괜히 그딴 거 기입해서 잘난 척 한다는 인상을 인사담당자에게 주지 않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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