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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운 Mar 16. 2022

이번엔 되어야지

마이 싸이월드 페이퍼 : 19화

페이퍼 작성 : 2007년 6월 20일                             시간적 배경 : 2007년 6월 18



신춘문예나 각종 공모전에 작품 하나를 응모할 때마다 드는 비용을 환산하면 다음과 같다.


(1) 출력비 


  시는 2~300원, 소설과 희곡은 약 500~600원쯤 소요된다. 시나리오는 거의 율곡 선생님 한 분을 지갑에서 떠나보내야 할 때도 있다. 이는 복사실에서 출력한다는 가정 하에 산출한 금액이다. 나처럼 집이나 출력하는 사람들은 출력비가 따로 들지는 않는다. 다만 일 년에 약 4~5만원 정도의 잉크충전 비용이 발생하긴 하지만. 아차, A4용지 비도 빼놓았구나! 5천원에 A4 500매 한 뭉치를 사면 일 년은 썼던 것 같다.


(2) 등기우편 비용


  거리와 무게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서울이고 무게가 가벼운 시나 소설은 예외 없이 1980원이다.(2007년 기준, 물론 현재는 훨씬 비싸다) 등기우편의 최저비용인 까닭이다. 하지만 두툼한 볼륨을 자랑하는 장편 시나리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게가 늘어나 가격이 더 붙는다. 3천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방신문사의 신춘문예에 응모할 때도 역시 이 정도의 액수를 지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3) 작품 창작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


  모 카드 CF의 문구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값을 매길 수 없다. 


(4) 제본 비용


  시나 소설을 응모할 때는 (1)~(3)의 비용만 들어간다. 그러나 나처럼 시나리오 공모전 응모자는 별도의 비용이 추가되는데 바로 제본 비용이다. 보통의 시나리오 매수가 적어도 60장, 많으면 100장쯤 되기에 심사위원들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제본은 필수다. 제본 비용은 어느 가게에서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동국대 주변의 제본소에서는 보통 1500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따라서 총합하면 대략 한 작품을 응모할 때 평균 4~5천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선만 된다면 상금이 이에 몇 백배가 될 테니 괜찮은 투자라 말할 수 있겠지만 내 경우 투자성과를 본 작품은 고작 한 편에 불과해 안습일 따름이다.

  난 제본이 필요하면 늘 동국대 다향관에 자리한 ‘기획사’라는 제본소를 찾았다. 문화관 주변에도 제본소가 있었지만 굳이 동국대의 꼭대기에 자리한 그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곳은 컬러풀한 스프링으로 제본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은 전부 검정색 스프링이었다. 더구나 우체국하고도 가까워 제본하자마자 바로 우체국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자주 내 시나리오 작품을 제본하러 가다보니 어느새 제본소 사장님께서도 이런 말을 내게 건네시게 되었다.


  “이번에는 되어야 할 텐데.”

  “그러게요.”


  엊그제 모처럼 학교에 들렀다 다향관에 들렀더니 사장님이 바뀌셨다. 어차피 이젠 동국대 학생도 아닌지라 이곳에 제본을 맡길 일도 없지만 “이번엔 되어야지.”하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시는 아저씨가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펐다.          


* 동국대 재학시절에는 공모전이나 신춘문예에 보낼 원고를 제본할 때 위 사진의 다향관 지하에 자리한 복사실을 많이 찾았다. 




(에필로그)     


  최근에는 제본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굳이 제본을 하면서까지 보내지 않는 까닭도 있지만 공모전을 주관하는 곳에서 온라인 접수를 많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나마 시나리오 공모전은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져버렸다. 대신 스토리를 모집하는 공모전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트리트먼트를 적게는 40장 많게는 60장 넘게 써야 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어서 점점 그림의 떡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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