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합니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선다. 옆구리엔 아들이 고등학교 때 쓰다가,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축하와 함께 물려받은, 좌측 쉬프트 키가 삐걱거리는 작은 노트북을 끼고...
작가 흉내를 내기 위해서다. 가끔 카페나 기차에서 노트북을 켜 놓고 뭔가를 하던 사람들이 난 참 부러웠다. 오늘 나도 한다.
우아하게 라테를 주문하고 한갓져 보이는 구석에 자리 잡는다.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젊은 커플이 예쁘다.
둘은 테이블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 몸을 앞으로 당겨, 두 손을 마주 잡고 있다. 둘의 얼굴 표정은 분명 사랑하는 사이임이 분명하다.
그 청년이 자꾸만 나를 훔쳐본다. 그것도 미소를 띠고,,,, 왜? 마주 잡은 그 이쁜 아가씨에게나 집중하시지....
또 쳐다본다.
이 녀석을 그냥...
잠시, 내가 아직 괜찮은가??라고 푼수도 떨었다.
그래.. 오늘 아침엔 세수도 하고 얼굴에 크림도 좀 발라서 그런가...?
노트북에 시선을 두고 뭔가 써야 하는데, 저 파란 눈이 자꾸만 내 신경을 건든다. 고개를 숙이고 내 할 일이나 하자. 이 나이에 저 젊고 예쁜 커플 사이에 끼어들면 되겠어?(기우: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이젠 그 녀석이 다가온다. 어쩌지??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멋있게 호통 쳐줘야지..
암.... 당연히 그래줘야지... 나 유교 아줌마야..
저 젊고 이쁜 아가씨는 연인이 아니었나??
어라? 이 녀석 봐라...
성큼성큼 다가온다.
" 좋은 아침이야 엄마.. 일찍 나왔네.."
응... 아들 녀석 친구였어...
볼 때마다 경찰제복을 입고 있던 그 아이를 보기만 했지, 이렇게 사복을 입은 아이는 오랜만이라 못 알아본 것이다. 살갑게 허그를 한 후, 자신의 여자 친구도 소개해준다.
뭐?? 아직도 내가 괜찮은가???
사람이 속으로 하는 생각이 다른 이에게 들리지 않게 디자인된 것에 있어서, 오늘 신께 다시 한번 감사드렸다.
나는 사람을 잘 못 알아본다.
오래전에도 아이들 학교에 봉사를 갔다가, 수업시간 중에 교실 문을 열고 들어 오려던 어떤 여자분을 막으려 한 적이 있었는데.. 애들 반 담임이었다.
길에서도 누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지나면, 나도 무조건 아는 척을 한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에게 묻는다. 누구야?
이젠 누군가가 다가오면 아이들은 아주 작은 소리로 내 귀에 대고 미리 알려준다..
이젠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 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인사를 하기 전 미리 자기 소개부터한다.
" 나 마크야.. 알아보겠어?"
물론 자주 보는 사람들이야 문제없이 알아보지만, 어쩌다 보는 사람들이 문제다. 그리고 꼭 그 사람이 그 장소에 있어야 한다. 만일 정육점 주인이 미용실에 앉아 있으면 못 알아본다.
이젠 나를 놓았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 있게 묻는다.
" Do I Know You?"
그래도 이런 날은 좀 창피하다.
식어터진 커피도 그대로 두고 집으로 도망 와서 지금 이 글을 쓴다.
뭐??? 아직도 내가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