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친구

호주 고스트 이야기 2

by 블루

존이 있다. 존은 나이가 50대 중반이었고 그의 직업은 정육점 주인이었다. 낮에는 그의 정육점에서 항상 활발하고 친절하게 고객을 맞았고, 인근에서 하나밖에 없는 정육점인지라 장사도 꽤나 잘 되었다. 누가 보아도 그는 성공한 사람임이 분명해 보였고, 그의 아내 또한 상냥하고 너그러워 보이는 인상을 지닌, 시골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게 집에서 살림만 하여 남들이 다 부러워할만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데보라였다.

그녀의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녀는 정말 착실한 크리스천이기도 하였다.

뭐 하나 부족할 것 같지 않아 보였던 그녀에게도 한 가지 커다란 고민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남편인 존의 도박과 술 문제였다. 존을 낮에만 어쩌다 보았기에 그에게 이렇게나 큰 문제가 있을 줄은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나는 전혀 몰랐었다. 존은 영업이 끝나면 그날 수입을 들고 우선은 동네 선술집인 "펍"으로 향했고 한잔, 두 잔 술을 마시며, 펍에 비치된 포키 게임 기계에서 게임을 하며 수입의 대부분을 다 써버리곤 하였다 한다. 설상가상으로 가끔 취한 상태에서 음주 운전을 하여 캄캄한 시골길에서 나무를 들이박는 사고도 몇 번 있었다 하니 아내인 데보라의 근심은 이루 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짐작이 되었다.


존이 펍에서 거나하게 취해 포키 게임을 여전히 하던 그 밤. 존은 그날따라 돈을 좀 따서 기분이 좋았다 한다. 그래서 옆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에게도 술을 주문해서 같이 마셨다한다. 존이 종업원을 불러 계속해서 술 두 잔씩을 주문한 것이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는 말이 없었고, 이미 돈을 다 잃은 것인지 게임은 하지 않고 옆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던 존만 바라 볼뿐이었다고 존은 말을 했다. 돈도 좀 땄고 술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 존은 계속해서 술 두 잔씩을 거듭 주문했고, 술이 종업원에게서 배달되면 여전히 옆사람에게도 건네었다는 것이다. 옆 자리 남자는 말이 없었고, 존이 건네는 술잔을 아무 말 없이 받아 마셨다 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펍이 문을 닫는 새벽 두 시가 되었고, 펍의 종업원은 존에게 다가와 영업종료를 알렸다 한다. 그러나 돈을 자꾸 따기만 해서인지 그날따라 존은 기계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했다. 두 어번 더 다가와서 자리를 떠나 줄 것을 요구하던 그 종업원에게 불평을 하였다 한다.

" 왜 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나가라고 하지 않고 나에게만 그러느냐"라고..

그러자 그 종업원은 존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는 보이지 않는 것처럼

" 누구?"

하더란 것이었다. 그래서 존은 종업원이 장난을 치는 것이라 생각했고, 짜증을 내었다 한다.

" 여기 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내가 그렇게 취한 것 같아? 나 아직 멀쩡하다고...!!"

그러자 종업원은 존이 만취했다고만 생각한 건지 매니저를 부르기 위해 그 자리를 떴고, 그때까지 말이 없던 남자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한다.


"Do you wanna come today or tomorrow??"

( 너 오늘 갈래? 아님 내일 갈래?)

존은 그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술이 확 깨었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소름이 끼칠 만큼 쇠붙이를 긁어내는 목소리였고, 그가 씩 하고 웃었을 때 보았던 그의 누런 이와 그리고 잇몸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고 했다. 순간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고 했다.

그래서 존은 당장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카운터 쪽으로 걸어가서 저 사람이 누구냐 라고 매니저와 직원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한다. 그러나 존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곳엔 방금까지 징그럽게 웃고 있던 그 남자가 사라지고 없었다고 한다.

매니저와 종업원은 존이 만취를 해서 그런 거라 여겼고, 처음부터 여기엔 존 당신밖에는 없었어요 라는 그들의 말을 들은 존은 무서워졌다 했다. 그래서 존은 이대로 운전해서 혼자 집으로 가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매니저에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하여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다음 날 아이들을 학교에 떨어트려 놓고, 아침 일찍 쇼핑을 하려고 들른 정육점엔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간 밤에 있었던 저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가 있었고, 좀 이따 사람들이 모여 그 펍에 가서 CCTV를 돌려볼 계획이란 말도 들었다. 펍은 오전 10시 에나 문을 연다고 하였고 현재 시간은 8시 30분이었으니, 그걸 확인하려고 기다리던 존의 모습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애처로울 만큼 초조해 보였다. 좀처럼 가게에 나오는 일이 없었던 데보라도 나와 있었고 그녀의 얼굴 또한 어두워 보였다. 나는 출근을 하여야 했기에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자리를 떠야 했다. 그리고 11시쯤 펍에 같이 가서 확인을 한다 하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약간 충격을 받은 듯 말을 더듬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아침 일찍 펍에 몰려가서 CCTV를 보여 줄 것을 요구하자, 처음엔 매니저가 곤란하단듯 말해서 존이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 분명 같이 있던 남자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나를 미친놈으로 만들었으니 반드시 증명하라고.."

그제야 매니저는 간 밤에 녹화된 영상을 보여 주었고, 그 영상에는 존만 찍혀 있었으며, 주문한 술 두 잔도 존이 연거푸 혼자 마시는 장면만 찍혀 있었다 한다. 물론 존이 누군가에게 술을 건네는 장면이나 옆 자리 누군가와 얘기를 하는 장면도 전혀 없었다 한다. 얘기를 전해 들은 나나 그 장면을 본 누구라도 존이 취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존은 그 뒤로는 펍에 가지 않음은 물론이고 술도 입에 대지 않은 걸로 봐서는 아마도 그의 얘기가 거짓만은 아니었을 거라고 사람들은 말을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 후로 어쩌다 본 존에게 정말이었었냐고 물으면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손사래를 친다. 데보라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신 그분의 귀여운 트릭이었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 뜻은 무엇이었을까?


너 오늘 갈래? 아니면 내일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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