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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산드라 Dec 30. 2021

영화를 좋아하기로 한 사람들에게

미야자키 하야오는 말했다. 영화란 명절날 가족들끼리 모여서 일 년에 한두 번 보고 말면 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세상의 누군가는 영화를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일주일에 다섯 편 이상의 영화를 보고(혹은 하루에 다섯 편일지도), 영화 굿즈들을 모으고 리뷰를 꼬박꼬박 쓰고, 영화제에 모조리 참석하고, 심지어는 영화 제작에 손을 대기까지 한다. 영화를 너무 좋아해 그 해에 극장에 상영된 영화는 전부 관람하던 비디오방 알바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제 명실상부한 헐리우드 최고의 감독들 중 하나가 되었다. 혹시 당신도 하루에 다섯 편씩 영화를 보는가? 굿즈들의 산에서 헤매이고, 영화제를 2박3일로 갔다오고, 심지어는 카메라를 들어 영화를 찍어보기까지 했는가?


인류는 1895년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을 찍은 이후로 단 1세기가 흐르도록,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을 가지고서 수천 편, 수만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었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영화에 대해 논했다. 영화가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영화 스크린에서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실제 도로에서 마주치는 자동차에 대한 공포를 덜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100년도 더 흐르고, 이제 영화는 급격히 발전하는 기술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매트릭스’로 대표되는 SF 영화의 한 흐름은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을 공격하는 기계다. ‘블레이드 러너’로 대표되는 영화들은 기술에도 지워지지 않는 인간성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시대가 흐름에 따라 주제들을 던졌고, 시대가 더 흐르면 그 주제들에 대한 반박 또한 했다. ‘국가의 탄생’에서 우러름받던 KKK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 와서 바보들의 대행진으로 변한다. 영화는 가장 동시대적인 예술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렇게 골치 아프게 생각하며 영화를 즐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지 기분 전환을 위해, 혹은 한바탕 펑펑 울고자 하는 마음에서 영화를 고를지도 모른다. 인생에 관한 철학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공포영화같은 오락적 재미를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 좋다. 영화를 즐기기만 한다면. 영화가 네 인생에 얼마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라면. 본 영화를 보고 또 보고 있다면. 어느새 홀리듯 다음 영화를 보고 있다면? 환영이다. 당신이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찾은 이곳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장소다.


당신이 이곳에서 즐겁게 헤엄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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