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세상을 향해 내뱉는 울음소리는 가히 경이롭다. 환희가 이런 기분일까? 눈을 뜨고 세상을 두리번거리며 모유 또는 우유병과 씨름하며 하루하루 성장했던 쥬. 어느덧 시간을 흘러 300일이 넘어가고 있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뒤집고, 기고, 앉고 이제는 무언가를 의지해 걷는다. 사람을 알아보고, 이유식을 먹을 줄 알고, 물을 마실줄 알고, 사람을 보고 반가워할 줄 안다.
호기심이 많은 쥬는 무엇이든 만져보고, 사람에겐 기어가 본다. 상대방을 향해 손짓을 하기도 한다. 영상통화의 상대방을 알아보고 만지려 달려든다. 핸드폰 속의 사람이 정말 있는 줄 아는지 핸드폰을 잡고 흔들어 댄다. 귀엽기 짝이 없다. 아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줄도 알고, 소리 나는 버튼을 눌러 따라 해 보기도 한다. 음악이 나오면 흥이 나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흔들기도 하고, 두 다리는 엉거주춤 엉덩이 춤을 춘다. 그러다 넘어지곤 한다
엄마 아빠와 할머니댁을 방문한 쥬는 할머니를 보고 두 팔을 벌린다. 안아달라고 의사표시를 할 줄 알도록 성장한 쥬가 대견스럽다. 잠시 후 삼촌을 본 쥬는 삼촌에게도 두 팔을 벌린다. 안아달라고... 제 핏줄을 어찌 그리도 잘 알아볼까?
(삼촌) : 몇 일새 길어졌네 ㅎㅎㅎ 목이 더 길어지고, 다리도 길어지고, 허리도 생겼네 ㅎㅎ
(쥬엄마) : 정말? 길어졌어? 그럼 미인이라는 뜻이지?
(삼촌) : 그건 아니고, 비율이 가로가 아니고 세로라는 말이지 ㅎㅎ
(쥬엄마) : 삼촌, 막말하시면 안돼요 ㅎㅎ
가족이 모두 한바탕 웃는다. 옆에 있던 쥬 아빠도 빙그레 웃는다.
한 발 한 발 걷기 시작하면서 쥬는 체중이 늘지 않고 정말 길어졌다. 머리는 동그랗고, 목도 생기고, 다리도 길쭉해졌는데 배 하나는 아직 올챙이다. ㅎㅎ. 아기는 배가 불러야 잠도 잘 자고, 잘 성장한다는 옛말이 하나 틀리지 않는다. 쥬는 잘 먹어 배가 부르면 잘 논다. 엄마 아빠가 쥬의 리듬에 따라 잘 먹여서 그런가 쥬가 울면서 보채는 것은 보지 못한 할머니.
(할머니) : 쥬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네. 쥬 엄마가 자식은 잘 키우네
(쥬엄마) : 그래? ㅎㅎ 엄마~ 쥬가 잘 커주는 게 나도 고마워.
(할머니) : 아기가 잘 자고, 잘 먹고, 아프지 않으면 그것 만큼 고마운 것이 없단다.
(쥬엄마) : 응, 잘 먹고, 잘 자고, 잘 크고 있어서 나도 고마워
(할머니) : 아기가 불안하지 않도록 늘 편안하게 해 주면 잘 자란단다. 그것이 성격에 영향을 주는 것이고, 쥬 나름 사회생활하면서 잘 적응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단다. 그러니 집 분위기는 항상 편안하게 하는 것이 엄마의 책무란다. 그렇게 잘하고 있어서 엄마는 너희 부부가 참 고맙단다.
(쥬엄마) : 뭘 ㅎㅎ
쥬 엄마와 아빠는 아이가 자라는 환경이 불안하지 않도록 늘 유념하고 있다. 외출을 하더라도, 집안 행사가 있더라도 쥬의 컨디션을 잘 맞춰 움직인다. 그래서 그런가 쥬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잘 자라고 있다.
영상통화를 하면서 '짝짜꿍 짝짜꿍'하면 손바닥을 마주친다. 누워있는 것을 싫어하는 쥬는 한시도 잠자코 있을 새가 없다. 무엇이든 붙잡고 일어서서 걷고 또 걷는다. 옆으로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뒤로 넘어지면 장난인 줄 알고 소리 내어 웃는다. 소파에 기어올라가서는 미끄럼 타듯이 뒤로 내려온다. 그렇게 내려오면 안전하다는 것을 어찌 알았을까 싶다.
할머니가 쥬의 집에 가면 쥬는 식탁의자 밑으로, 장난감 앞 뒤로 기어 다니면서 숨바꼭질을 한다. 의자 발 사이로 할머니와 눈 마주치기를 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의자에 머리가 다치지 않도록 나올 때는 뒤로 나오면서 머리가 닿으면 숙일 줄 안다. 그러한 동작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할머니와 헤어질 때는 머리 숙여 인사도 한다. 그러다 문이 닫히면 울음을 터뜨린다. 할머니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쥬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문 밖에 있다 집으로 가신다. 울음 끝은 짧아 금방 그친다. ㅎㅎ
쥬는 엄마의 복직을 앞두고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시기가 왔다.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따라 첫 방문했던 날. 어린이 집엔 체육교사가 와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날이라 했다. 쥬는 거침없이 기어가 미끄럼틀을 올라간다. 자기 집인 양 너무도 편안하게 말이다. 아이가 불편할까 내복 차림으로 간 쥬는 언니, 오빠, 또래 친구, 선생님까지 많은 사람이 좋은 모양이다. 엄마를 찾지도 않고 옆의 친구에게 기어가 그냥 만져본다. 쥬 엄마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쥬의 적응에 감탄을 했다. 배속에서부터 지금까지 편안하게 키운 결과인 것이다.
적응을 잘하는 쥬와는 별개로 쥬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다. 쥬는 무엇이든 손으로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손톱이 얇아 엄마의 얼굴에 흠집을 자주 내곤 한다.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ㅎㅎ 쥬가 혹여 상대방 아기 얼굴에 손톱자국을 낼까 쥬 엄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부모는 아이가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 울고 보채서 걱정인데 쥬 엄마는 그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걱정인 것이다. 쥬의 호기심에 또래 친구들에게 혹여라도 민폐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반대 입장이라면 많이 속상할 것이라는 것이 쥬 엄마의 걱정이다. 그러면서도 쥬 엄마는 어린이집 준비물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름을 다 써야 한다며 이름표를 구입하고, 도장을 구입하는 등 분주하다. 예전엔 바느질로 이름을 새겼지만 지금은 섬유에 도장을 찍는다고 한다. 이제 10개월인데 가방 메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쥬가 할머니 눈에는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대견하다. 돌봐주지 못하는 현실에 할머니 마음은 쓰리다.
11개월이 되면 쥬는 오롯이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딸기를 무척 좋아하는 쥬가 며칠 뒤면 할머니 집에 온다. 딸기와 블루베리를 준비하려는 할머니. 무엇이든 제철에 먹어야 한다며 쥬가 오는 날은 딸기를 준비한다. 갈 때 가져갈 것까지 말이다. 딸기가 비쌌지만 손녀 입에 들어가는 것인데 더 비싸도 살 것이다. 블루베리도 잘 먹는다고 한다.
위에 4개, 아래 2개의 이가 나온 쥬는 이젠 제법 씹어 먹는 것이 수월하다. 무엇보다 두부를 잘 먹는다. 쥬 엄마는 두부를 이용해 손에 쥐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준다. 손으로 잡고 입으로 베어 먹다가 좋다고 소리도 내 보고, 두 손을 들어 흔들어 보기도 하는 쥬. 음식을 먹을 때는 쥬도 행복한 모양이다. 할머니의 쥬 사랑 1호는 딸기다. 곧 딸기철도 끝날테니 부지런히 준비해서 쥬의 손에 딸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