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엄마는 바빠졌다. 아이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얘기가 뭔지 모르지만 모르는 말도 많이 배워오기 시작했다.
고학년 된 아들은 점점 말이 거칠어지고, 행동도 과격해진다. 엄마는 걱정으로 늘 얼굴이 어둡다. 학교를 보내기 위해 아침이면 전쟁을 치른다.
(엄) : 철수야, 학교 가야지? 일어나자
(철) : (이불을 뒤집어쓰고 몸을 더 웅크린다)
(엄) : 얼른 일어나(엉덩이를 툭툭 두드린다)
이 방법이 안되면
(엄) : 아들, 일어나, 몇 시란 말이야. 일어나!
(아) : (아무 말도 없음)
(엄) : 야^^ 일어나, 학교 지각한다. 얼른^^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아이는 방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엄마는 또 들어간다.
이 방법도 안되면
(엄) : 야^^ 너 미쳤어? 학교 안 갈 거야?
(아) : 내가 알아서 해^^ 엄마가 왜 난리야^^
(엄) : 뭐? 너 학교 가라고. 안 갈 거야?
(아) : 아후 씨~ (획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화장실로 가버린다)
(엄) : 아휴, 속 터져 죽겠네 증말
아침마다 전쟁이 점점 살벌해진다. 주변에서 쉽게 보는 광경이다.
아침마다 전쟁을 하던 엄마는 지쳐가기 시작했고, 아들과 대화는 점점 없어지고, 엄마를 피해 밖으로 돌기 시작한다. 엄마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는 아들을 보며 엄마 속은 타들어간다. 아들의 언어는 점점 거칠어간다. 도대체 어디서 배워왔을까? 나쁜 말은 배우는 속도가 빛의 속도만큼 빠르다.
사랑스럽던 아들의 호칭은 어느 날부터 '야!'로 변했고, 아들이 엄마한테 하던 답도 '왜?'로 바뀐지 오래다. 뱃속에서 키워 태어나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이었는데 이렇게 변할 줄 알았을까?
몰랐다.
아들의 말이 거칠어질 때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가 존댓말을 사용하고, 고상하게 말해도 되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 도대체 아들이 왜 그럴까?
아들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에 소통이 안되기 때문이다.
엄마는 아들의 언어습관을 고쳐주기 위해
(엄) : 아들, 그런 말은 나쁜 말이라고 했잖아. 쓰지 마. 너희들끼리 놀 때 사용하는 말을 엄마하고 아빠한테 쓰는 건 안돼. 절대 쓰지 마.
(아) : 내가 뭘?
(엄) : 그런 말도 쓰지 말라고. 누가 보면 엄마 없는 애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아) : 나 엄마 있어. 다른 애들도 다 쓰는데 왜 엄마만 나한테 쓰지 말라고 하는데?
(엄) : 다른 애들이 써도 너는 쓰지 마. 그 이유를 꼭 말해야 해? 알잖아.
(아) :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친구들도 다 쓰는 말을 왜 못쓰게 하냐고.
(엄) : 그건 욕이고, 나쁜 말이잖아. 누가 그런 말을 부모한테 쓰지?
(아) : 애들도 다 쓰는 말인데 욕이던, 나쁜 말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면 되지.
(엄) : 하여간 안돼. 그 말 사용하지 마.
(아) : 내 입 가지고 내가 말하는데 어쩌라고?
(엄) : 아이고, 머리야 ^^ 내가 미쳐죽어
아들과 엄마는 도통 대화가 되지 않는다. 아들은 고학년이 되어 등치도 크고, 친구들과의 말투에서 스릴을 느끼는지 욕이든 뭐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뱉는다. 엄마가 이 말을 들어 좋을 리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하지 말란다고 아들이 안 할까? 그렇지도 않다. 엄마는 속이 상해 미쳐버리려 한다.
(엄) : 너 요즘 OO 하고 놀지? 엄마가 걔 만나서 야단칠 거야. 너랑 놀지 말라고.
(아) : 엄마가 왜?
(엄) : 네가 그 친구와 놀면서부터 말을 험하게 하잖아. 그러니 걔랑 놀지마.
(아) : 나는 그 친구랑 노는 게 재밌고, 그 시간엔 그 친구밖에 없어. 엄마는 왜 그래?
(엄) : 그럼, 네가 말을 예쁘게 하면 되지. 근데 도대체 고칠 생각이 없고, 그 친구 하고 놀면서 나쁜 말만 하니까 그렇지.
(아) : 엄마, 걔만 그런 거 아냐. 알지도 못하면서.
(엄) : 하여간 그 친구랑 놀지마. 내일 걔 만나서 놀지 말라고 할 거고 걔 엄마한테 전화해서 말할 거야.
(아) : 아씨^^ 엄마 미친 거 아냐?
(엄) : 뭐^^???
갈수록 태산인 엄마와 아들의 관계.
엄마가 아들의 친구를 만나 놀지 말라고 한들 그 친구가 받아들일까? 그 엄마한테 전화해서 놀지 못하게 해 달라고 하면 그 엄마는 가만있을까? 자기 자식이 나쁘다고 하는 건데 ... 결국 어른 싸움으로 번진다. 또한, 아들은 엄마에 대해 실망하고 점점 엄마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생각해야 한다.
아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통하려면 내가 무얼 어떻게 해야 하지?
아들이 문제아인가?
정말 친구 때문에 아들이 저런 걸까?
친구가 아니면 무엇이 문제지?
나는 다른 엄마들과 다른가?
나는 나의 아들을 얼마나 신뢰하지?
등등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로 아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엄마 또한 좋은 말을 사용하며, 간혹 묵언을 하며 눈빛으로 말해보기도 하면서 엄마의 진심을 받아들이도록 행동하면 어떨까? 말로써(=소리) 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누구나 소리보다는 마음을 좋아한다. 그러니 말하지 않는 묵언이 최고의 방법이다. 묵언하면서 생각하는 엄마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