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일상을 탈출하셨습니다.
남편과 둘이서 친정 부모님을 마중하러 용산역으로 향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이번 생신에 롯데타워를 가보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여든 중반인 나이에도 여전히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은 타고난 성향도 있지만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다행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여름휴가나 기념일이 되면 가고 싶은 곳을 미리 생각해 두곤 했습니다. 보령해저터널이나 부안에 있는 새만금방조제 같은 곳은 남편과 둘이서는 가지 않을 곳인데 아버지 덕분에 가게 되어 좋았습니다.
이번에 가기로 한 롯데타워도 그렇습니다. 저는 서울에 산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아버지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가게 되어 좋았고, 관람료와 식사비용까지 주신다고 해 더 좋았습니다. 처음으로 ‘생일턱’을 쏘시는 것입니다. 가족들 모두 놀라면서도 반겼습니다.
서둘러 집을 나섰는데 겨우 기차 도착 시간에 맞춰 용산역에 닿았습니다. 주말이면 더 혼잡한 기차역 주변답게 차가 많았습니다. 아이를 마중 나간 엄마처럼 눈을 크게 뜨고 밀물처럼 밀려 나오는 사람들 사이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부모님을 찾았습니다. 저만치 배레모에 크로스로 가방을 메고 있는 아버지, 지팡이랑 걸어오는 엄마가 보여 다가가 안아드렸습니다. 오후 1시가 넘었기에 시장하신지 여쭈었는데, 괜찮다고 하셔서 40분 거리에 있는 성북동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올 때도 차가 많았는데 여전히 많습니다. 네비게이션의 도착시간이 자꾸 늘어납니다. 부모님께서 배고프실 걸 생각하니 슬슬 조바심이 납니다. 차선 변경과 급정거를 여러 번 하자, 엄마가 한마디하십니다.
"괜찮으니까 조심해서 찬채이 가."
차선변경과 급정거를 하며 달리는 것 같은 내 일상에 엄마가 한마디 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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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사투리 사전: 찬채이
찬채이: 천천히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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