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삼례 가는 기차표 샀어."
딸내미 전화입니다. 외할아버지께서 잘 지내는지 궁금해하신다고 전했더니 고민하다 기차표를 산 모양입니다. 자신이 삼례 간다는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할아버지께 삼례역으로 마중 나와달라는 말을 대신 전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저에게 전화를 한 것 같습니다.
곧바로 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엄마! OO이가 할머니 뵈러 간대.”
“호래이 무러가네. 지 엄마 있을 때 왔다 같이 가지.”
일주일간 친정에 머물며 여행도 가고, 밭일도 조금 거들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말상대도 되어 드렸는데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자 서운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갑작스러운 손녀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겠지요. 날이 더워 아빠 식사 준비하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는데 입이 짧은 손녀까지 간다고 했으니 반가울 리 없겠지요. 아빠가 투석을 받으신 뒤로 엄마는 아빠의 식사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당신은 대충 먹어도 아빠는 건강식으로, 투석에 도움이 되는 음식 위주로 챙겨드리려고 애를 씁니다. 아빠의 식사를 걱정하느라 엄마는 나들이를 자제하곤 합니다. 엄마가 없어도 괜찮을텐데, 엄마의 걱정은 흐르는 강물처럼 끝이 없습니다.
‘호래이 무러가네’는 엄마네 동네표 방언인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어릴 때도 지금도 부정적으로 들립니다. 주로 엄마에게 이 말을 들었는데 그때 엄마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 말을 싫어합니다. 내가 싫어하는 이 말을 내 딸에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니 섭섭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손녀에게 뭘 해주면 좋을지 물었습니다.
지난여름, 딸내미 혼자 삼례 갔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자신은 늦잠 자게 놔두고 혼자 밭일을 하신 후 식사를 준비해 주셨고, 옥수수랑 감자도 쪄주고 밀가루를 반죽해 칼국수도 여러 번 끓여주셨다고 자랑하던 딸내미 말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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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사투리 사전: 호래이 무러가네
호랭이 물어가네’는 뜻밖의 일이나 상황에 대한 깨달음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나 뜻밖의 상황을 강조하면서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관용적 표현은 ‘호랭이 물어가고 자빠졌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