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벨소리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생존가방을 싸놔야겠다.

by 시골사모

아직도 가슴이 뛴다. 오늘, 이른 아침에 복도에서 요란하게 비상벨이 울렸다. 순간 가장 먼저 반려견 담분이 와 나로에게 목줄을 채웠다. 여차하면 집과 가까운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로 함께 뛰어 나갈 생각으로… 다음에 세 마리의 고양이들을 각각의 케이지에 급히 욱여넣으려다가 남편생각이 났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기에 이 난리통에도 꿈쩍조차 안 하는지 신기했다. “여보, 빨리 일어나! 비상벨 소리 나는 거 안 들려?” 남편은 그제야 후다닥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주변을 살피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했고 곧바로 누군가가 달려왔다. 소리의 근원지(?)인 집 현관문을 두드리고, 그제야 이 집 저 집의 현관문들이 빼꼼히 열렸다.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이라는 관리소직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탁 탁’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서로 “무슨 일이래요? 괜찮은 거예요? “ 안녕을 묻는 인사 한마디가 없었다.

이미 전에 여러 번 같은 일이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런 일을 처음 겪은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뛴다. 그리고 “각자도생” 글귀가 떠올랐다.


“불이야! 불“소리를 외치며 이 집 저 집 문을 두드리며 함께 피신을 했던 모습은 이제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을 장면이 된듯하다.

어쨌든 나는 이제부터라도 생존가방을 싸놓아야겠다. 가장 먼저 딸들의 어렸을 때 사진들과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들을 가방에 넣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어야겠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함께 피신하는 훈련도 해야겠다!


남편, 나의 원대한 작전을 듣고 나서 “애들 사진들은 이미 스마트폰에 보관되어 있으니 됐고, 추억의 물건들도 사진을 찍어 놓으라고! 그리고 정말 절박한 위기가 닥쳐올 땐 안타깝지만 동물들도 포기하고 빨리 대피해야 해! “라고 말했다.

그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속으로 한 마디 했다.

‘뭔 소리래?‘

상상만 해도 슬퍼서 눈물이 날 뻔했다.


만약의 일을 대비해 혼자서라도 동물들과 함께 대피할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다.

다행히 우리 집은 한 집 건너에 비상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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