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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프보이 Mar 16. 2023

한국행이 설레는 이유

해외 생활만 10년 넘게 한 내가 한국을 4년 만에 찾았을 때

경복궁의 밤


긴긴 코로나가 끝에 다다랐고, 4년 만에 티끌같이 모은 휴가를 끌어서 한국 방문을 결정한 나. 4년 만의 만나는 가족과 한국 생각에 잠을 설치고, 비행기 안에서도 도저히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4년이라는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이유로는, 유학생 시절만 해도 1년 중 호주의 여름방학 때 한국 방문은 항상 나에게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제일 더운 호주 여름을 피해 가장 추운 한국을 방문하는 게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직장인에게 더 이상 방학은 없다.


1년 만에 방문하는 한국 조차, 낯설게 느껴졌는데, 4년 만이라니, 서울사람이고, 평생 한국 가서 딱히 뭘 해야 할지 디테일하게 계획하지 않았던 나 조차, 먹고 싶은 건 뭔지, 가고 싶은 덴 어딘지, 유튜브 보고 블로그 보면서 공부하며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일은 진짜 하는 척하다가 온 것




그렇게 4년 만의 방문한 한국은, 여전하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한국사람들은 누구보다 재빠르게 걸어가고, 수속을 밟고, 짐을 찾고, 빠르게 떠나버린다. 반은 호주인이 돼버린 건지, 난 이미 그들보다 한참 늦어있었다.


인천공항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건대로 향하는 동안 올림픽대로를 따라 이제는 조금 멀게 느껴지는 서울 야경이 보인다. 아니, 왜 이렇게 화려한 거야 서울.


프릳츠


이마트에 가면 놀라움으로 입이 벌어진다. 아니 밀키트가 뭐가 이렇게 많은지, 아니 그리고 왜 이렇게 싼 거야. 해산물 이렇게 넣었는데 이게 3만 원이면 돼? 이미 호주에선 이 정도면 얼마에 팔지 머리 안에서 숙숙 지나간다. 못해도 3배는 주고 먹겠지 하면서. 


지나가다 먹을 건 왜 이렇게 많은지.. 그리고 호주 물가에 익숙한 나에겐 왜 이렇게 다 싸게 느껴지는 건지 모르겠다. 가던 중에 시드니 사는 친구들한테 연락이 온다. 빨리오라고, 그래서 붕어빵 집어먹으면서 답장했다. 싫다고.


엄마는 딸기를 먹더니, "딸기가 안다네, 유기농이라 그런지". 하길래 하나 집어먹고 놀랐다. "엄마 이게 안 달아?". 호주 딸기 먹어봐야 되는데, 우리 엄마 안 먹어봤나 봐.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밥을 해준다. 세상에... 나 그냥 일어났을 뿐인데 밥이 돼있어, 반찬이 몇 개야 이게. 그래! 나도 우리 집에선 왕자님이라니까.




당연하게 구글 지도를 누르곤 놀라고 한다, 그러면 아 이게 아닌데 하면서 다시 네이버 지도를 켜고, 계속 구글맵을 켜서 아예 네이버 지도로 위치를 바꿔버렸다. 나의 네이버 지도에는 이미 내가 가고 싶은 별표모양으로 가득하다. 갔다 온 곳은 빨간색 별로 바꿔줬다. 


4년 만의 온 한국은 마치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의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골목골목을 지나다니는 것도 재밌다. 아 외국인들은 정말 얼마나 재밌을까? 


서울의 야경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한국은 살 곳이 못된다고 호주나 계속 살라고 한다. 여기선 빡빡해서 살기 힘들다고. 그러면 난 그냥 멋쩍게 웃어준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호주도 외국인한텐 호락호락하지 않아. 살인 적인 렌트비에 물가를 봐. 중간중간 알게 모르게 받는 인종차별까지.


아 이참에 다 접고 한국 다시 들어와 버릴까 하다가도, 어쩐지 한국이 되게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국에서 살기엔 내가 너무 변해버린 것 같아서. 뭐 막상 들어오면 다시 한국화 돼서 살 거 같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애 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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