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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Sep 12. 2024

커피숍에서

 

 공주에선   전부터 매년 가을 즈음에 '공주문화유산 야행'이라는 행사가 열린다. 

제민천을 따라 둥근 전열등이 설치되고 온갖 공연이 열리며 마치 축제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이한 것은 다리밑엔  휴식을 위한 쉼터의 공간이 있고 피아노가  한  놓여져 있다.  


행사로  바쁜 손을 덜기 위해 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딸과 함께 손녀딸이 야행을 둘러보기 위해 커피숍에 들렀다.  손녀딸은 바이올린에 입문한 지 4개월 정도 되었지만 배움의 속도가 빨라 간단한 노래의 연주가 가능하다.

다리밑  피아노가 놓인 곳에서  딸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손녀딸의 작은 공연이 열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다리 위에서도  박수를 쳤다. 손녀딸은  잠깐의  버스킹의  장면을 기억 속 프레임에  간직하며  기쁨  가득한 미소를 짓는다.


점심시간 젊은 사람들 서너 명이 커피숍에 들어선다.  

딸을 보자마자  그들 중 한 사람이  말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가 너무 좋았다고. 

작년엔  커피숍 주변에 사가  많이 있었다.  

올해에는 행사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되어 진행되니  조금의 한가함과 여유로움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커피숍을 하다 보면 은연중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아와 진심 가득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몸이  지치고 힘들어하던 원어민이 걱정이 되어 통화를 하며 안부를 전했을 때 너무 반가워하던 그녀를 잊을 수 없다.

새로워진 우정을 더욱 굳건히 하며 , 구체적으로 무엇 무엇이 고마웠는지를 말해 주는 친구가 있어  감사하기만 하다.  

  

점심을 먹고 난  후  같은 시간 회오리바람처럼 소용돌이치듯 모여드는 고객에게 음료를 만들어 주고 나니 하루의 반이 지나 간 듯하다.

    

오후의  한가한  시간, 남편과  같은  학교에서  퇴직한 선생님은  커피숍에 놀러 오셔서  마치 오이 참외가  열려 있는  원두막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정겹게  나눈다.


매일의 일과 속에서 산책은  과제처럼 해내야  하는 필수코스이다.  건강 때문에 숙제하듯 동을 한다.

늘 다녔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책을 하다 쏟아지는 소낙비로 다리밑에 갇혀 버리게 되었다.

비를 피한 말없는 군상들이 더위를 식히는 빗물의 흐름 따라 눈동자가 또르르 흐른다.

구름 가득 모여 햇빛을 가리니  다른 날보다 어둠이 짙게  더 빨리 찾아든 저녁 시간은 한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여느 때와 같이 커피숍의 하루는 청소로 시작되어진다.

쏟아지는 땀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없게  만든다. 

구월의 날씨에도 무더위와  높은 습도가 모든 이의 일상을 힘겹게 만든다.


TV프로그램을  종종 보곤 한다.

게스트로 초대된  유명인은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향하여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오는 것이 대단하다' 라며 덕담을 건넨다. 

연기자로 잘 알려진 그는 소설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자신의 계획을 말한다. 실패로 시작된 소설가의 인생에 그의 아내의 격려와 인내로 성공한 작가의 반열에 서게 된다

어찌 되었든 건에 대단한 사람이다.

나도 그렇게 되겠지...


가끔 어떤 카페를 만들고 싶은지 질문을 받는다.

오늘도 전화를 받았다. 빠르게 매출을 올리는 신박한 방법이 있다고. 대답은 No!

사람을 통해 늦더라도 천천히 우리의 진심이 알려지는 카페,

30년쯤 후에 와도 자리를 지키고 있을법한 카페.

그런 카페로 만들어가고 싶어서이다.


커피숍 공간의 청소만이 아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꽃밭과 뜰조차도 늘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카페 안의 소품  하나하나 까지도 나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각각이  소중한 의미가  있다.


커피숍은 때론 동네 사람들의 놀이방이 되기도 한다. 커피숍을 둘러싼  이웃 사람들이 반상회처럼 한자리에 모여  세상 사는 이야기로 이야기 한마당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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