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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숙 Sep 22. 2024

나의 살던 고향은  

비가 와서인 지  하루 만에  사람들의 옷차림이 달라졌다. 불과 하루 차이인데 춥다고 말을 한다. 저녁엔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와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의  커피숍은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이다.  태어나서 결혼하기 전까지 살았던  나의 집이 자리 잡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낡은 집은 허물고 지금의 새집을 건축했지만 여전히 마음의 집으로 남아있다.

여러 번 변모를 거듭하며  빨간 벽돌의 안채와 방울토마토와 다알리아 꽃이 늘어져 있었던  작지만 누추하지 않고 초라해 보이지 않으며 사이좋은 모습으로 이웃과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지금은 덩치가 커진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저마다 각기 다른 모양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어린 시절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건물들은 거의 사라져 버리고 몇 곳만이 남아 있다.

우체국과 교회 주변의 지막한 작은집과 가게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남편 친구들의 대화 중 '야! 나 어릴 적에 저기쯤에 솜틀집이 있었고, 여기쯤엔 자전거포가 있었어'라는 말이 들린다. 이제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곳이다.

어딘가에 아이스께끼를  팔던 곳도 있었는 데 그곳이 어릴 적 친구의 집이었다. 시간이 지나  금 눈썹달이 위치했던 코너에 빙그레 아이스크람 가게도 있었다. 어릴 적 기억의 퍼즐이 아련히 기억에 남아 있는데 바뀌어 가물가물하다.


건물의 대부분이 철거된 채 간신히 얼굴만 남아있어 그나마 알아볼 수 있는 영화관(호서극장)이 있다. 지금은 드라마나 영화의 세트장으로 사용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난  그곳에서 많은 영화를 보았다. '이소룡의 용쟁호투''강석우와 이미숙 주연의 겨그네' 등 많은 영화가 기억이 난다. 그 영화를 보고 너무 슬퍼 눈물이 나기도 했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는 작은 동네 영화관은 사라지고 드라마와 영화의 세트장으로 바뀌어 가는 현실에 추억의 아른거림이 손 흔들며 사라져 간다.


내가 너무 좁아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면 만났던 사람들을 몇 번이고 다시 만나곤 했었다.  

기종기 주택들이 모여 있어 등하교 길 어린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시끌벅적 소리 가득했던 동네골목은 사라지고 상가들들어서 있다. 

이웃 마실 가는 길이었던 골목은 마주치는 동네 분들의 "안녕하세유'라는  다정한 인사대신 찾아드는 여행객들을 위한 메가폰 안내소리 가득한 관광코스로 바뀌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제민천변에는  흔한 현대식 대형 건물이 들어서지 않자그맣고 나지막한 잔잔함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옛 정서를 떠올리게 하여 음을 편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학창 시절 공주가 교육도시로 불린다고 배웠다.  하지만 요즘 공주는 교육도시로서의 옛 영화는 사라지고 차라리 문화예술관광의 도시로 바뀌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릴 적 통신수단은 입에서 입으로 연결되는 입소문이 중요 네트워크였다. 지금은 휴대폰 하나로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결되는 시대이기에 공주의 문화, 역사, 예술 그리고 문화재, 야행과 같은 크고 작은 행사에 많은 이들이 누리고 즐길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공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돌아갈 땐 큼지막한 추억의 보따리를 가져갔으면 한다.


직 미개봉 영화처럼  완전하게 보여지지 않지만  몇 곳이 문화예술 관광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임을  기대하고 고대하고 있다.

한 세 대 후 나의 고향 공주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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