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백제문화재 전야제가 있었다.
주변엔 작고 아담한 하숙마을과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어 이러한 문화행사가 있을 때 여행겸 놀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백제문화재 개막식이 있는 날이라 그런지 가족을 동반한 여행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백제문화재 개막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자신들의 문화재 관람기와 직접 참여했던 시절의 추억을 나누며 재미있게 대화를 이어간다.
축제는 어른 아이 모두에게 볼거리, 먹을거리, 구경거리에 대한 기대감을 주는 것 같아 설레게 하는 것 같다.
행사장 주변과 거리에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들뜬기분에 시끌벅적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커피숍 안에선 문화재를 알리는 현수막과 바삐 오가는 사람들만 보일뿐 축제의 분위기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다섯 실 큰 손녀가 불꽃놀이를 보아야겠다며 집에 왔다. 커피숍에 사람들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금강 주변으로 나갔다. 아기가 있어 행사장에서 좀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멀리서도 불꽃놀이의 화려한 광경을 편안하게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손녀와 아기도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불꽃놀이에 푹 빠진 채 바라보았다.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나 좋았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아마도 시간이 지났을 때 큰손녀 작은 손녀는 온 가족이 함께 황새바위 근처에서 불꽃놀이를 보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며칠 사이로 뜨겁던 햇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빵이 구워진 지 얼마 안 된 시간에 학생들과 마치 선생님처럼 보이는 사람이 들어선다. 아마도 학생들 사이에서 빵이 맛있다고 소문이 난 것 같다.
선생남처럼 보이는 사람은 이곳 커피숍을 잘 몰랐다고 한다.
이런저런 아야기를 나누며 몇 종류의 빵을 사 가지고 간다
시간이 잠시 멈추어진 것 같이 나른하고 한가한 오후 시간 백제 문화재를 구경하러 여행겸 둘러보러 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멀리 안산에서 왔는데 공주가 볼거리도 많고 특색 있는 예쁜카페들이 이렇게 많이 있을 줄 몰랐다고 말을 한다.
아침부터 촉촉하게 내리는 비는 오후 내내 계속된다.
비가 오면 커피숍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겐 몸과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넓은 숲의 향기로운 공기와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우는 가을의 상쾌함이 느껴지고, 비 오는 하루가 몸과 마음의 피로를 다 가져가는 듯하다.
가장행렬이 있는 오후이다.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화재를 찾아온 여행객과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가장행렬을 기다리다 여유시간이 있어 커피숍에 들른 것 같다.
백제문화재의 하이라이트인 가장행렬을 본 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예전엔 동네 사람들과 지역의 시골 주민들이 도로를 따라 줄을 지어 구경을 한 기억이 난다. 교통, 통신 등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인근 동네 아저씨 아줌마 옷차림의 구경꾼과 인근 대도시에서 온 대절버스가 대형차량 주차장에 가득차 있었다.
관광객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음속 추억의 도시 공주가 문화예술의 도시로 변화되어가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학창 시절을 공주에서 보낸 노할머니 한분이 너무도 많이 변해버린 공주의 이야기를 하며 옛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말씀하신다.
올해 백제문화재는 70번째이다.
70, 80년대의 문화재의 주된 참여자는 학생들이었다.
가장행렬과 전통춤 그리고 각종 백일장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오랜 기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시절인지라 매일 방과 후 늦게 까지 연습했던 기억이 선하다. 남학생들은 병사로 분장하고, 여학생들은 춤 한마당이나 궁녀들로 참여하였다.
왕과 왕후 공주는 선발대회를 거쳐 뽑았으며 학생 사이에서는 잘생긴 학생, 예쁜 학생으로 오랜동안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요즘엔 현대적 감각에 신기술이 가득한 행렬이지만 그 옛날 백제에도 저런 것들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서 행렬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다.
매번 문화재가 반복되고 많은 행사가 진행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지만 마음속 백제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늘에 신기술의 드론이 온갖 재주를 부리며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수록 마음속 흑백영화의 기억이 더욱 뚜렷해지는 가을 밤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