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라에 대해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게 트렌드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많은 시간을 들여서 분석한 결과가 트렌드에 뒤처지는 직군을 가리킨다면, 게다가 그 사실을 모르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다면, 우리는 외국에서 인정받는 입장이 되기가 힘들다. 우리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욱더 현재의 트렌드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경제나 IT 관련 뉴스를 읽어도 좋고 요즘은 이런 것들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건 링크드인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조금 뒤에 자세히 다루겠다.
나의 희소가치
경험상 취업 시기가 다가오면 대부분의 사람은 어떠한 직군으로 취업을 해야 할지 감을 못 잡는다. 요즘 주변에서 많이 받는 질문들도 대부분 이와 비슷하다. 졸업을 거의 앞두고 있고 전공이 A인데 어떠한 일을 할 수 있을지, 혹은 전공이 A인데 B라는 포지션으로 취업이 될 수 있는지, 등등. 이러한 질문 중 대부분은 우리가 위에서 했던 본인이나 나라에 대한 분석이 없이 유학을 시작해서 그러하고, 또 다른 부가적인 이유는, 졸업한 학과가 너무 광범위하거나 요즘 취업 시장에 그다지 희소성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예시가 General Business (경영 관련)인데, 조금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렇게 광범위한 전공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외국인으로서 많지 않다. 말 그대로 희소성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유럽 회사 입장에서는 굳이 외국인을 채용해서 비자 스폰 비용을 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회사에서 기본 업무는 현지인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에 대한 객관화가 부족했었기에 오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준비 없이 바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세상이 많이 달라진 건 체감하지 못하고 오는 문제이기도 하다.
링크드인 활용
이전 글에서도 자주 강조했고, 이번 서두에서도 언급했던 링크드인 활용은 해외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학생일 때 미리미리 사용법이라던지, 프로필 만들기, 등을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링크드인이 왜 중요한지 몇 가지 이유를 덧붙여 보자면, 가장 대표적으로 해외의 구인/구직 방식은 한국과 굉장히 다르게 대부분 링크드인에서 일어난다. 한국은 회사에서 직접 하는 공개 채용이라는 특정한 채용 기간이 존재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만 쓰는 구직용 사이트들이 존재하는 것도 차이점 중 하나겠지만, 외국은 필요한 사람을 그때그때 뽑는, 어떻게 보면 한국의 특별 채용과 비슷한 특징만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기업들의 채용 글은 대부분 링크드인에 올라온다. 여기에서 오는 또 다른 장점은, 이 플랫폼만 잘 활용하면 세상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본인이 일반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Marketing을 링크드인에 검색해 보도록 하자. 개개인에 따라 아마 링크드인이 보여주는 창이 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 (지역은 암스테르담, 직군은 Marketing)에는 이러한 구인 광고들이 나온다:
4,044개의 구인 글들 중에서 상위 5개 결과이긴 하지만, 위에서 볼 수 있듯 Social Media, Brand Manager, Digital Marketing, Ecommerce, Online Marketing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세상의 마케팅은 대부분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Digital & Online 마케팅으로 바뀌었다. 물론 실제 필드에서 쓰이는 마케팅을 가르치지 않고 아직도 5Ps (product, price, promotion, place, people) 같은 형식적인 이론들을 가르치는 대학들이 문제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검색을 통해 트렌드를 알아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여러 마케팅팀들과 일해 본 결과, 놀랍지는 않겠지만 대학교에서 배웠던 이론 위주의 전통 마케팅은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이러한 트렌드 읽기를 통해 무엇을 추가로 배워야 하는지 몸에 익혀둘 필요가 있다. 본인의 학과가 그냥 일반적인 학과라면 더더욱이 그러하다. 이러한 과정이 졸업 후의 취업 준비 과정을 줄여주고, 다른 지원자들 사이에서 눈에 띄게 해주는 정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직업적 트렌디함
마케팅을 예로 들었지만, 대부분의 직군이 이러한 식으로 이미 바뀌었거나 지금 바뀌고 있는 중이다. 통계학을 전공한다면 시간을 조금만 더 할애해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계속 수요가 많을 거라고 예상되는 데이터 과학자를 꿈꿔 볼 수 있고, 디자인 전공이라면 소프트웨어 툴들을 더 배우고 이론적인 부분을 더해서 요즘 가장 핫한 UX/UI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다. 나처럼 공통분모가 거의 없었던 사람이 데이터 분석가가 되려는 준비보다 몇 배는 더 수월할 거다. 무엇이 되었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정도로 직업적 트렌드를 읽고 적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의 차이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들은 외국에서 을로 시작하는 입장이다. 고용주 입장에서 전부 다 비슷한 프로필의 지원자들이 있다면 굳이 고용 과정이 복잡하고 비자 스폰을 해줘야 하는 우리들을 뽑을 이유가 없다. 현지인들보다 뭐라도 하나 더 그 포지션에 적합해야 이력서 단계에서부터 눈에 뜨일 수 있다는 말이다.
위와 같은 링크드인을 통한 분석이나 구글링을 통해서 어떠한 부분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는 어느 정도 정보력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전 챕터에서 말했듯이 그것을 끈기 있게 시간을 할애해서 배우는 과정이 힘든 부분이다. 본인 스케줄의 틀이 어느 정도 잡혔으면 지금 바로 시작하자. 이번 달은 거의 다 갔으니까 다음 달부터, 혹은 내일부터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해보자. 작심삼일로 시작해도 좋다. 삼일 뒤에 다시 작심해서 4일로 늘리고, 또다시 5일, 6일로 늘리면 된다. 끝까지 해낸 사람이 결국엔 말 그대로 ‘해낸’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