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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un 01. 2023

쌍둥이의 학원 고르기

피아노와 합기도

"아빠, OO도 태권도 다닌데."

"아빠, XX는 벨리댄스 배운데."

둘찌, 셋찌는 어린이집 다닐때부터 학원을 갈망해 왔었다.

첫찌도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부터 태권도를 다녔기에

둥이들에게도 초등학교 들어가면 다니고픈 학원 하나씩은 꼭 보내주겠노라 약속했다.


올해 둘찌, 셋찌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아이는 바로 학원얘기를 시작했다.

솔직한 마음은 오빠와 같은 태권도를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한 곳에 다니면 관리하기도 편하고, 여러 명 다니면 형제 할인도 되니 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오빠가 다니는 태권도를 다닌다고 했었는데, 마음이 변한 것인지 모든 아이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일단 첫찌부터 강한 거부 반응을 나타내었다.

"아빠, 태권도까지 같이 다는 건 아닌 것 같아. 학교만으로도 내가 너무 피곤해."

"그래, 일단 동생들의 의견을 들어볼게."


둘찌, 셋찌와 이야기하다 보니, 여러 학원을 가보고 싶다고 했다. 첫찌도 처음에 아내와 피아노 학원도 가보고 이곳저곳 탐방했던 기억이 있었다.

3월은 학원 탐방의 달로 정하고 이곳저곳을 다녀봤다.


맨 처음 간 곳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피아노 학원을 갔다.

둘찌는 가자마자 피아노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아빠, 여기 피아노 엄청 많아!"

"선생님 피아노 쳐 봐도 돼요?"

적극적인 둘찌와 다르게 셋찌는 시큰둥하기만 하였다.


셋찌는 결정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다 둘찌가 하는 거면 무조건 반대하는 성향도 있어서 이 아이가 과연 학원을 고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이어서 간 곳은 첫찌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

어쩌다 보니 첫찌가 끝날 때쯤 맞춰서 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구경하고, 관장님도 첫찌가 다니니 편하게 맞이해 주셨다.

수업 끝나고 상담실로 따라 들어온 아들의 첫마디.

"아빠, 진짜 동생들 안 다니면 안 돼?"

"일단 애들 의견 들어본다니깐."

정말 싫었나 보다. 첫찌에게 다행인지 둘찌, 셋찌 둘 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두 군데만 갔다 왔는데 벌써 지친다.

마지막이길 바라며 세 번째로 간 곳은 합기도장이었다.  

합기도장을 찾아갔을 때는 수업이 없을 때라서 둘찌, 셋찌가 신나게 도장에서 뛰고, 샌드백을 쳤다.

그러더니 셋찌가 하는 말.

"아빠 나 여기 다닐래!"

우와 우리 딸내미가 이렇게 단번에 마음을 열 줄이야.

제발 잘 다니길 바란다.





4월이 되고 둘 다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일단 처음이니 주 3회만 다녀보자고 했다.

둘찌 피아노 수업은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나만 파는 성격에 한번 꽃히면 주변을 잘 안 보는 성향도 있는 아이다. 피아노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잘 다닐 것이라 예상했다.


셋찌 합기도는 잘 다닐까 걱정했는데, 며칠 가보더니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주 3회가 아니라 매일 가고 싶다고. 매일 다니면 안 되냐고 나를 졸랐다.

일단 5월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마무리 지었다. 이렇게 까지 적극적일 줄 몰랐다.  


첫 한 달은 둘찌는 학원 갔다 돌아오면 자기가 배운 피아노를 쳐준다.

셋찌는 합기도에서 배운 호신술을 하나씩 가르쳐 준다. 까먹어서 내일 가르쳐 준다고 할 때도 있지만 신나 하며 가르쳐 준다. 오빠는 뒤에서 틈틈이 태권도 품새를 하고 있다.


따로따로 데려다주는 것이 번거롭긴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한 곳에 다니지 못해서 연락처도 늘어나고, 학원비 관리 등 신경 쓸 것이 많지만, 각자만의 개성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나 학교에서 쌍둥이 하나로 불리는데, 학원에서는 온전히 자신으로 봐줄 테니 둘에게는 좋은 경험이지 않을까? 둘이 세트로 생각하고, 그렇게 봐온 시선이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 각자의 즐거움을 찾아가니, 마음의 짐이 덜어진다.




어느덧 학원을 다닌지 두 달이 넘어섰다. 둘찌는 바이엘 중간 정도까지 나가고, 셋찌는 합기도에서 노란띠로 승급심사까지 보았다.

이제 학원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동선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처음 한 달처럼 자기가 배운 것을 열심히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각자의 배움에 적응해 가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쌓아가다 보면, 귀여운 발차기, 도레미 정도가 아닌 정말 멋진 발차기와 연주를 들을 날이 오겠지?

 

 첫찌가 처음 태권도 배울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는 정말 발차기가 귀여웠는데, 요즘에 발차기하는 모습을 보면 겁나기도 한다. 어느덧 2품을 따고 내년에는 3품을 도전할 예정이다. 중간에 관장님이 바뀌면서 고비는 있었지만, 꾸준히 해 나가는 모습이 멋있다.


우리 아이들은 배움의 즐거움을 잘 누리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강제로 시켜서가 아닌 아이들 스스로 원하고 결정한 것이 좋다. 어릴적 나는 우리 아이들만큼 즐겁게 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왠지 부럽다. 더불어 악기, 운동을 좋아하듯 나중에 공부도 즐겁게 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일단 희망사항이다.


지금 배운 것들이 나중에 학생 시절의 즐거운 추억이 되고, 너희들에 인생에 조금의 도움이 되길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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