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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May 24. 2023

아빠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

아들의 여자사람친구? 여자친구?

"아빠 나 여자였으면 좋겠어."

"왜?"

"나는 반에서 남자애들보다 여자애들과 노는 게 더 좋아. 근데 부쩍 여자친구들이 같이 놀아주기는 하는데 깊이 사귀기는 어려워."


첫찌는 부드럽고 섬세한 성격이다. 그래도 격하게 놀 때는 남자아이구나 싶다.  어릴 적부터 첫찌 주변엔 남자아이들보다 여자아이들이 더 많았다. 저학년 때는 크게 생각을 안 하다가 부쩍 첫찌가 다른 남자아이들과의 자신과의 다름이 크게 다가왔나 보다.


아들의 고민을 들으며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우리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할 만큼 많이 컸다는 것을 또 느꼈다.

아이와 대화가 길어지면서 첫찌의 진짜 고민을 알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은 단짝 친구가 있는데 자기는 없으니 그것이 속상한 것이었다.

그래서 똑같은 여자아이였다면 자기도 여자아이들과 편하게 단짝 친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나 보다.

학기 초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을 하게 되었을 때도 첫찌에 고민을 말씀드렸고 지켜봐 달라고 이야기하였다.



4월 어느 날이었다.

첫찌는 같은 반 여자아이에게 고백을 받았다.

'엥?'


나와 아내는 앞에서는 애써 침착하게 있었다. 그러고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호들갑 동시에 고민이 많아졌다.


첫찌는 고백을 받고 나서 어떻게 답을 주어야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성교제에 1도 관심 없던 아들이어서 언제쯤 이성에 관심이 생길까 궁금했었다.

그런데 고백을 받았고, 첫찌도 이제 이성에 관심이 있단다. 첫찌도 고백한 친구에게 마음이 있어 보였다.


며칠 동안 고민을 하는 아들에게 이성교제 상담을 해 주고 한 번 잘 고민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 아빠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얼마 후

아들이 비밀 이야기가 있단다.

드디어 마음을 정했나 보다 싶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빠, 나 oo한테 고백했어."

"응? 생각해 본다고 하지 않았어?"

"생각하고 고백했지."

"아니 미리 말이라도 하지..."

더 하고 싶은 말은 속으로 했다.

'아니 아들아. 너무 진도가 빠른 거 아니니! 아빠는 아들이 사귀는 것까지는 준비가 되지 않았어.'

일단 여자친구? 와는 비밀연애로 시작하기로 했단다.

주변에 사귀고 헤어지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수군거리는 말들이  있을까 봐 싫단다.


11살에 비밀연애라니 신기했다. 그린데 일주일 만에  여자친구님께서 여기저기 알리셨단다. 자기도 다른 친구에게 알리고 말이다. 아니 이 사람들 지들끼리 비밀연애하자고 해놓고 웃겼다.

그런데 주변에서 알게 되니 부담스러워했다. 아들과 진지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첫찌가 사귀는 이유도 이성적인 감정보다는 정말 친한 친구를 원했다고 했다. 두 아이는 서로 잘 얘기를 했고, 베프(베스트프렌드)로 바꾸기로 했단다.


여자 친구에서 여사친을 바뀐 아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우리 아들은 여사친과 텃밭에 물을 주었다.

전에도 가끔 와서 놀다 가기는 했지만, 뭔가 사귀고 헤어지고를 하고 나더니, 뭔가 더 꽁냥꽁냥 느낌이 났다.

거참... 기분 탓이겠지?

 

아직 아빠의 마음이 준비가 덜 된 것을 알고 여사친으로 바꿔줘서 고맙구나 아들아.

다음번에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길 때쯤에는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할게...

음..한 10년 정도면 될것 같아.



P.S 이 글 쓴건 아들에게는 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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