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이제 서로 방 완전분리 했으니 상대방의 방에 들어갈 때 허락받고 들어가야 돼."
전에 집에는 쌍둥이 방이랑 놀이방이랑 섞여 있어서 서로 구분이 되지 않았었다.
이번 이사 오면서 각자의 물건도 나누어 주고 개인 공간도 각자 확보해 주었다.
방이 많지는 않아서 쌍둥이는 방을 같이 쓰지만, 수납장을 이용해 공간을 분리해 주었다.
어떻게 잘 지킬까 염려했는데, 아이들은 참신한 방법으로 각자의 공간을 배려해 주었다.
"오빠 들어가도 돼?"
"응, 방어해제."
"아싸."
언젠가부터 방어해제라는 말이 고정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빠 그러니 동생들도 오빠가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볼 때 '방어해제'라고 한다.
웃긴 것은 방어해제 안 해주면 문이 열려 있음에도 허공에 문을 두드리를 시늉을 하면서 외친다.
"방어해제 해줘!!"
셋 다 동일하게 웃음이 나온다.
잘 놀다가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면 쫓아내고 한마디를 외친다.
"방어!"
그러면 방으로 들어갈 수 없다.
잘 지켜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름 서로의 예의를 잘 지키는 것이 신기하다.
동생방에 갈 때는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둘째는 방어해제를 하였는데 셋째는 방어해제를 안 한 것이다.
그러더니 해결책으로 절반만 들어간다. 그러면 다른 한 명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한 동안 그것으로 옥신각신하다가, 보통은 동시에 허락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의외의 상황은 따로 가르친 것도 아닌데, 상대방이 없으면 그 방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분리되어서 산지도 6개월이 넘어가니,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
사실 나눠주면서도 서로 존중을 안 해주면 어떡하지?
계속 싸울까 봐 걱정이었는데, 별로 큰 문제가 없음에 감사하다.
새로운 미션이 하나 완료된 느낌이다.
또한 아이들의 배려심에 배워야겠다고 느꼈다.
아직은 엄마아빠는 프리패스로 들어가지만, 언젠가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하는 날이 오겠지?
그날 우리 아이들이 서로를 배려한 것처럼, 잘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가 오면 애들에게 방어해제 해 달라고 조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