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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 후의 서재 Dec 02. 2023

인간관계가 어려운 당신에게, 또 한 권의 베스트 책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을까> - 일자 샌드

 인간관계는 항상 어렵다. 사람이 좋으면 힘든 직장 생활을 견뎌내기도 하지만, 사람이 좋지 않으면 그 직장을 관두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관계는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여도 늘 어려운 것이 사람 문제인지라 관계를 다룬 책들은 매해 출간된다. 비슷한 제목, 비슷한 주장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머릿속에도 몇 권의 책 이름이 떠올랐을 것이다.      



제목이 무척이나 유사한 다른 책이 있기 때문에 표지를 확인하자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을까>라는 책이 숱한 도서 목록에서 차별점을 갖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나’를 기준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아시아, 특히 한국 문화권에서는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 혹은 상대와 나(우리)라는 입장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관계를 다루기에 앞서 나의 마음(감정)은 무엇이지? 이 관계에서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지? 일단 그 질문에서 시작해 하나씩 관계 회복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 책이다.      


 저자인 일자 샌드는 한때 한국의 베스트셀러에도 오른 적 있는 <센서티브>의 저자다. <센서티브>는 ‘타인에 비해 유독 민감한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준 책이다. (언젠가 이 책에 대해서도 리뷰 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덴마크의 심리상담가이자 목사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이 민감한 심리상담가라는 것이 그녀만의 차별점이 되는 것 같다. 


 그녀의 책은 시중에 널려있는 여러 심리 서적들과 달리 인간에 대해 단언하지 않는다. 그리고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도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인식한다. 그 태도가 그녀의 문장에서 읽힌다. 일자 샌드의 책을 읽을 때마다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다.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을까> 또한 마찬가지다. 책에서 그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 말은 앞날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방임한다는 뜻이 아니다. 심리상담가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당신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목록을 열거하고, 이 중에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는 뜻이다. 누구처럼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는 이래야 한다고 조언하는 책도 아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 나의 마음가짐을 바꾸자는 주장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나 자신이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은 인간관계에서 ‘나’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흔히 상대의 마음 상태를 먼저 살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먼저 나의 마음을 알고, 그 관계에서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그다음에 이 관계를 회복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문제가 생겼으면 해결해야 하는 것, 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가 생겼는데, 내가 이걸 해결해서 다시 상대와 잘 지내고 싶은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쯤에서 의문이 들 것이다. 그걸 어떻게 아는데? 다행히도 일자 샌드는 무책임한 심리상담가가 아니다. 그녀는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친절히 알려주는데, 예를 들면 이 관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이별 편지 쓰기’를 제안하는 식이다. 상대방과 실제로 헤어진다는 가정하에 편지를 쓰다 보면 자신의 마음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편지는 실제로 부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자신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자는 그 관계에서 내가 바라는 것을 찾는 방법도 알려주는데, 그건 책에서 직접 확인하자.)


 2장에서는 관계를 회복하기로 했다면 상대와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해야 할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명심해야 할 것들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이 관계에 숨어있을 수 있는 문제들, 진짜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4장이 참 인상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할 수 없는 관계인 경우 그것을 떠나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와 잘 이별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별은 단순히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다음 사람을 어떻게 만나는가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있다. 어떻게 해야 잘 이별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관계를 잘 정리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이 4장이다.      


 혹시라도 이 책이 대인관계의 스킬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면 착각이다. 저자의 본업이 심리상담가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게다가 그녀는 센서티브한,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을 소개해서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인물이다. 저자는 모든 챕터에서 당신의 심리상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문제들을 알려준다. 그중에는 가장 친밀한 타자였던 부모로부터 우리의 관계 패턴이 비롯되었다는, 진부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특히 대인관계에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면, 그런 경우 더더욱 부모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늘 똑같이 쓰레기 남자만 만난다는 여성의 경우 아버지와의 관계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말이다. 여러 심리 서적에서 숱하게 다뤄진 이 내용을 언급할 때 일자 샌드의 조언은 책을 빛나게 한다. 당신 부모에게서 비롯된 문제를 당신이 완벽하게 해결할 필요는 없다고. 당신 부모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내가 일자 샌드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선택권은 ‘나’에게 있음을 인지시킨다. 그리고 나의 마음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도우려 한다. 

 실물 책을 접한 사람들은 조금 의아할 수 있다. 내가 언급한 내용을 모두 담기엔 책이 너무 작고 얇은 것처럼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저자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한데, 그녀의 문장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중언부언이나 쓸데없는 부연 설명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짧게 압축되어 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고 심리 지식을 알면 알수록 책의 진가가 돋보인다.


 주의할 점은, 이 책이 사적인 영역에서의 인간관계만을 다룬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이나, 조직, 동아리 같은 특수한 상황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관계에서 ‘나’를 중점에 두고 나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는 어디에나 적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의점. 제목이 아주 유사한 또 다른 책이 있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만약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면서 당신의 마음에 대인관계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일자 샌드의 책은 짧고 간결하게 쓰였다. 그러다 보니 쉽게 책장을 넘기게 되는데, 빠르게 읽기보다는 문장의 내용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느릿한 독서를 하기를 권한다. 그래야 그녀의 진가를 파악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1시간 만에 완독 할 수 있는 분량이지만, 천천히 곱씹으면 당신의 1년이 새롭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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