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의 흥행작 <베테랑1>은 사이다 같은 영화였다. 서도철이라는 정의감 넘치는 경찰이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단면들을 하나씩 깨뜨려 나간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일직선으로 쭉 달려 나가지만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단조롭지는 않았다. 재벌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기득권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위해 여러 꼼수를 쓰는 장면은 실제 벌어졌던 많은 사건을 떠올리게 했고, 그때마다 영화는 눈치 보지 않고 하나씩 타개해 나가는 방식으로 쾌감을 선사했다. 비슷하게 한국 사회의 이면을 다뤘던 영화 <부당거래>가 무거운 톤으로 일관되었다면, <베테랑1>은 사이다 영화답게 적당한 유머와 환기 장치를 잘 버무린 작품이었다. 어쩌면 이 정의로운 경찰의 사이다 영화라는 형식은 현재 <범죄도시> 시리즈가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테랑2>에서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도 비슷할 것이다. 서도철을 내세워 한국 사회의 답답한 사건, 그것을 촘촘히 이어간 흥미로운 전개 속에서 사이다를 기대하고 관람에 나설 것이다. 그런데 <베테랑2>는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나선 것 같다. 전작이 일반 서민과 재벌이라는 명확한 대립 구도를 갖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복잡하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1편과 2편 사이에는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한국 사회의 모습도 바뀌었다. 공권력이 눈치 보며 제기능을 못하던 시절에서, 공권력이 전면에 나서 권력을 잡은 시대가 되었다. ‘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악’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의’라고 보았던 것이 ‘부패’이기도 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1편에서 서도철이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며 외쳤던 ‘정의로운 멋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주체가 한국 사회에서 사라진 상황이다. ‘정의’가 실종되었다고 느낀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를 외치려고 하고, 그 맥락에서 나온 하나의 현상이 ‘사적 제재’다.
<베테랑2>는 이 ‘사적 제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빠져나간 사람들을 피해자와 똑같은 방식으로 처단하는 ‘해치’라는 인물을 잡는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다. 이 과정에서 이제는 익숙한 인터넷 BJ와 사이버렉카 등도 등장한다. 사실 이건 그렇게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많이 다루어진 편이다.
류승완 감독은 이걸 영화라는 매개체로 정면으로 들이박는다.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나 법적으로 충분한 처벌을 받지 못했다고 보이는 인물들에게 우리의 솔직한 마음을 대신 말하게 한다.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던가, 저런 놈은 가만두면 안 된다, 차라리 누군가 죽여줬다면 속 편할 텐데 등 언뜻 속 시원해 보이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그리고 그 발언이 튀어나오는 시점마다 분기점처럼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정해인이 연기한 박선우의 역할이다. 감독은 황정민과 정해인이 연기한 두 인물을 통해 우리가 진짜 할 수 있는 것들과 해야 하는 것들이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구분 지으려고 했던 것 같다. 동시에 사적 제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법과 질서를 따라야 하지만, 그것이 옳지 못하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라도 정의가 구현되기를 바란다. 때로는 충동적으로, 때로는 아주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방법은 제각각이더라도 ‘정의가 구현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믿음에 빠져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이 방식의 맹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 법이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듯 개인의 정의 판단도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은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각자가 정의롭다 외치는 대혼란이 일어난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좀 더 정확하게는 서도철이 쉽게 내뱉는 말들과, 자신이 미처 챙기지 못하고 소홀했던 것들과,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는 해치라는 인물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이 영화적으로 무척 잘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배우의 얼굴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황정민의 클로즈업된 얼굴은 누구보다 관객을 대변한다. 분노하기도 하고, 쉽게 단정 짓기도 하며,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현실 앞에서 당황하기도 한다. 1편에서 관객을 구해주는 역할이었던 주인공은 2편에서는 관객과 똑같은 얼굴을 한 인물로 바뀐다. 동시에 서도철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자신의 얼굴을 돌이켜 보게 되는데, 류승완 감독은 바로 이 지점을 영화적으로 잘 구현해 낸다. 아마도 이 사적 제재라는 뜨거운 현상에 대해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영화를 통해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해인이라는 배우는 아주 선해 보이는 인상과 그 반대 지점의 악해 보이는 얼굴이 공존하는 독특한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그 양면성을 영화에서는 적극 활용한다. 그건 박선우라는 인물이 가진 직업과도 연관이 있다. 상반되어 보이는 배우의 얼굴처럼, 그를 드러내는 직업은 또한 모순된다. 이는 관객의 이중적인 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도 쓰인다. 악함과 선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정해인이라는 배우의 얼굴로 보여주며, 그것이 하나의 선택을 했을 때의 파장 또한 다루고 있다.
나는 류승완 감독이 ‘사적 제재’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5명의 경찰 캐릭터를 등장시킨 오프닝신은 너무 오글거리고 실망스러울 정도로 촌스러웠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후의 영화는 아주 안정적으로 잘 만들어졌다. <군함도> 때부터 그의 연출력이 향상되었다고 느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 솜씨가 돋보였다.
다만 영화에서 전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도덕적으로 올바른 나머지 반감을 갖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사적 제재라는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법이 올바른 정의를 구현하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많은 유튜버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고, 그들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까지 그 이야기를 하는 것에 지겹다고 생각하거나, 신선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동의한다. 하지만 <베테랑2>가 ‘사적 제재’를 다뤘던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점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서도철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고 결국에는 나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는 점이다. 이 영화적 완성도가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이 빛난 지점이고, 동시에 이 영화의 남다른 점이다. 서도철의 얼굴과 말, 그리고 정해인의 행동을 통해 우리의 얼굴을 보여주고 그것이 맞는지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베테랑2>다.
영화라는 매개체의 힘을 아주 현명하게 사용했지만, 이것이 과연 관객들이 원하는 것과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베테랑1>은 그 지점에서 시대의 욕망을 제대로 읽어냈던 작품이다. 재벌로 대변되는 사회 기득권층을 제대로 소탕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이 현실에서 못 느꼈던 사이다를 맛보게 해줬다. 하지만 <베테랑2>는 비판의 방향이 사회현상을 향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구성원인 관객을 향해 있기도 하다. 정의가 정의롭지 못한 사회, 공권력을 신뢰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들이 메시지에 얼마나 공감할지, 혹은 이 메시지를 진부하거나 먹물의 젠체하는 소리로 받아들이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베테랑1>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기득권 퇴치의 판타지를 실현시켜 주었듯이, <베테랑2>도 이 복잡한 한국 사회에서 부조리를 시원하게 부숴주길 바랐으리라는 점이다. 이 어긋난 지점에서 관객들의 평가는 어떨까? 나는 영화의 완성도나 메시지와는 별개로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할 것 같다. 현재의 한국 영화 관객들이 바라는 욕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좀 더 영화가 판타지를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 요즘 관객들의 심정이고, 그 마음이 <범죄도시> 같은 시리즈의 흥행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베테랑2>는 1편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베테랑2>는 서도철이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악을 향해 내지르던 주먹을 자기 얼굴로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정신 차려, 인마. 네가 잘못했어,라고. 그가 관객의 얼굴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영화의 주먹은 관객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라는 체험으로 관객이 자신을 돌아보길 바랐던 감독의 의도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잔소리로 느끼거나 도덕적 우위에 있는 누군가가 올바름을 외치는 소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맹점은 사이다 대신 찝찝함, 혹은 불쾌감을 남길 수 있다. 서도철이 내지른 주먹을 관객이 맞았을 때, 영화의 방식에 공감하는 사람은 만족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혹평을 남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관객들이 원하는 바와 어긋났다는 점에서 후자가 좀 더 많으리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아마도 영화는 그렇게 느낀 관객들의 불평불만으로 비틀거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류승완 감독이 잘못했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는 감독으로서 할 만큼 했다. 영화의 오프닝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감독의 메시지를 지지하고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도 만족했다. ‘해치’가 건드린 사람 마음의 이중성, 그리고 그것을 <다크나이트>의 조커처럼 선택의 문제로 드러내려 했던 것도, 그것을 서도철이 서도철다운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던 것도 대중 영화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1편에서 첩첩이 쌓아갔던 사이다의 기운이 2편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는 새롭지 않지만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 영화가 사적 제재에 빠져든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려 했다는 점도 좋았다.
참고로 이 영화에는 쿠키 영상이 존재한다. 하지만 굳이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관객이 자리를 지키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었던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마지막 크레딧 영상을 무척 잘 만들기는 했지만 쿠키 영상은 좀 기운이 빠진다. 마지막까지 영상을 본 관객들은 마지막 대사와 똑같은 말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