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급한 사람이 숨쉬는 방법
나는 성격이 다소 급한 편이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인 중에서 성격 안 급한 사람이 어딨겠냐만은 나는 성격'만' 급한 게 항상 문제다.
일단 저질러 놓고 '아, 또 경거망동했다.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게 부지기수니까.
마치 소프트웨어는 빠른데 하드웨어가 느려서 그 속도를 미처 못 따라는 사람 같다.
머릿속에는 할 말로 가득차 있는데 언어적인 능력이 좋지 않아 간혹 말을 더듬고, 몸은 이리 저리 움직이는데 체력이 좋지 않아 쉽게 지친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뭐든 천천히 하는 사람에게 눈길이 간다.
말도 느리게 하고 행동도 느린 사람.
그렇다고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천천히 할 뿐이다.
간혹 출퇴근길에 횡단보도의 파란 불이 깜빡거리면 어느새 불안해진다.
뛰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멀뚱히 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리지만, 마음 속으로는 그냥 뛸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과 불안이 피어난다.
그럴 때마다 내 옆에 선 사람의 행동에 따라 내가 영향을 참 많이 받는구나 싶었던 게,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깜빡거리는 파란불의 횡단보도를 전혀 뛸 생각 없다는 듯 느그적거리며 걷거나 아예 이번 신호는 포기하고 횡단보도 앞에 선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된다.
반대로 짐이 한가득인데도 머리를 막 휘날리며 뛰는 사람을 보면 어디 지각을 했나 그의 상황을 이해하려 하면서도 나도 같이 조급해지고 초조해진다.
친구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취업 걱정, 결혼 걱정을 하고 매일 고민이 있고 아등바등 사는 듯한 친구를 만나면 나도 함께 불안해진다.
겉보기에는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 고민이 한가득인 친구를 볼 때마다 누군가는 나도 저렇게 보이겠지 싶다. 그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래서 그럴수록 느린 사람이 좋아지는 거다.
내가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달리지만 속도는 나지 않는 것을 느낄 때
그냥 옆에서 평온한 태도로 천천히 걷는 사람 한 명이라도 만나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질 수가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