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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을 이겨내는 법

덥지만 즐겁다

by 한박사

언제 이 폭염과 열대야가 끝날까? 기후위기라는 말이 이젠 현실로 와닿는, 그런 날들인 것 같다. 극한 폭염, 극한 호우 같은 말들도 참 기운 빠지게 하고, 사람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 여름은 나에게 건강을 잃게도 만드는 계절이라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낙천성을 발휘하여(?) 이 여름을 좋아할 수 있는 어떤 요소들을 좀 발견해 냈다. 여름도 여름 나름의 미덕이 있는 법.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점은 바로 “꽃”의 계절이라는 것. 꽃의 계절은 봄이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여름꽃도 참 많고 또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여름엔 꽃이 쉽게 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집의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나는 좋아.


이와 맥을 같이 하여 여름은 식물들의 성장이 급격히 빨라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근에 베란다 텃밭에 바질과 루꼴라를 심어 여러 번 수확해서 샐러드로 먹었는데, 매일매일 얼마나 빠르게 자라던지 마치 채소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런 풍요로운 느낌을 더 직접적으로 받을 것이다. 수확하기 무섭게 또 자라는 농작물들이 주는 자연의 위대함과 고마움. 광합성은 정말 신의 선물이다!


옷을 가볍게 입을 수 있는 것도 이 계절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는 요새 거의 민소매 셔츠를 입는데, 사람의 겨드랑이가 드러나고, 안 드러나고의 차이가 정말 크다! 맨살을 드러내도 거북하지 않은 요즈음의 무더위가 나는 나쁘지 않다. 옷이 가벼워진 만큼 마음도 좀 더 경쾌해지는 기분이다. 숏팬츠도 자주 입는데, 아줌마라고 이런 거 입으면 안 된다는 그런 인습 따윈 무시한다. 더운 날 시원하게 입은 모습은 외려 보기 좋지 않나?


각종 채소들과 과일들의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도 여름의 장점이다. 그래서 나는 여름만큼 다이어트하기 좋은 계절도 없다고 생각한다. 신선한 야채, 과일들을 부담 없이 많이 먹을 수 있으니까. 게다가 제철 과일의 달콤함은 더 말해 모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도의 계절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이번에도 기대가 정말 크다. 여름은 실로 과일의 계절이다.


그리고 최근 여름밤의 묘미를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무심코 저녁 산책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 아스팔트의 온기는 남아 있었지만 적당히 저녁 바람이 불고, 먼 서쪽 하늘에 드리운 저녁노을이 참 예뻤다. 적당히 걸으면 땀도 제법 나지만, 그거야 집에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최근 화제작인 <편안함의 습격>이란 책에서도 현대인들이 너무 지나치게 온도 변화가 없는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고 지적했지.


광합성의 축복을 감사하고, 가볍게 입고, 신선한 농작물들을 잘 먹고, 적당히 흐른 땀을 시원하게 샤워로 닦아내면 된다. 온열질환의 예방은 충분한 수분 섭취이다. 그러면 여름도 견딜만하고, 좋아진다. 폭염도 언젠가는 스러지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니, 어릴 때는 여름방학이 있어 참 좋아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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