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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Nov 22. 2022

아들 둘 맘의 하루 루틴

두 돌 아가와 3개월 아가 돌보기

첫째를 낳고 길렀을 때는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고 힘들었다면, 둘째를 낳고 기르는 것도 둘을 함께 돌보는 게 처음이라 서툴고 힘든 부분들이 있다. 아가 둘과 함께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곤 한다. 대략 아들 둘 맘의 하루 일상은 다음과 같다.

 

오전 5시, 둘째 수유.

다행히 새벽 수유는 금방 끝냈다. 그런데 이 녀석 꼭 5시 전후해서 분유를 먹고 싶어 한다. 안 주면 계속 칭얼대고 그러면 첫째도 깰 수 있어 눈 비비며 일어나 수유하고, 그리고 강아지 밥도 이때 준다.

어쩔 땐 이때 잠이 완전 깨버린다. 그러나 그럴 경우 잠이 너무 부족할 수 있기에 되도록 다시 자려고 한다.


오전 7-9, 완전 기상.

첫째가 언제 눈을 뜨느냐에 완전 기상 시간이 결정된다. 첫째가 깨면 다시 잠을 자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에너지 충전을 위해 보통 이때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첫째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먹인 후 오늘 무얼 먹일까 잠시 고민.

요리를 하기 전에 세수도 하고, 스킨케어도 하고, 선크림 바르고 본격적으로 육아 모드 돌입.

남편은 이미 출근했다.


9-12시, 첫째 밥, 둘째 수유.

육아의 8할은 아기를 먹이고, 아기의 배뇨와 배변을 치워주는 것이다. 첫째 때는 “베이비 타임”이라고 이런 것들을 기록하는 어플을 사용했는데(왜냐하면 초보 엄마라 까먹을 수 있으니까) 이젠 그런 것 없이 직관적으로 먹이고, 기저귀를 간다.

아무튼 이제 본격적으로 아가들을 먹이기 시작한다. 첫째는 워낙 안 먹는 애라 간식이든 밥이든 계속 이것저것 먹인다. 둘째는 3-4시간 간격으로 수유해 주는데, 다행히도 점점 몸이 커지면서 수유 텀도 길어지고 있다. 중간중간 아이들과 놀아주기도(주로 서로 눈 마주치고, 얘기하고, 안아주고 하는 등의 행동들) 한다. 떼를 쓰거나 너무 심하게 보챌 땐 따끔하게 혼내주기도 한다.


12시-2시, 아점.

그러니까 엄마의 아침, 점심은 없다. 엄마에겐 아점이 있을 뿐이다. 보통 첫째 밥을 함께 먹곤 하는데, 것도 식탁에 앉아서 먹는 호사는 누리지 못하고 한 숟가락씩 생각날 때마다 떠먹는다. 사실 육아하면서는 먹기 쉬운 음식들(유부초밥, 과일이나 과자, 단백질 쉐이크)을 많이 먹게 된다. 일단 뜨겁게 조리해서 먹는 음식들은 개구쟁이 첫째 때문에 너무 위험하다. 배고프다 느낄 때마다 잠깐잠깐 먹기 쉬운 음식들을 주서 먹는다.

엄마의 육아는 점심시간, 휴게시간 없이 계속 된다.


2-4시, 주로 낮잠, 그러나 이마저도 요즘은 기대하기 힘든 현실…

당연한 얘기지만, 두 녀석이 한큐에 낮잠을 자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 첫째가 소식하기 때문인지 잠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낮잠을 요샌 특히나 안 잔다. 다행히 둘째가 이 시간에 좀 길게 자는 편이다. 그래서 첫째만 먹이고, 놀아주고 하면 된다. 이때 첫째가 혼자 잘 논다 싶으면 엄마는 드디어 책도 읽고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잠깐 갖는다.


요즘은 장편소설을 자주 읽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육아를 하면서 호흡이 긴 책을 읽으면 현실을 초월하게 되는 그런 게 있다. (그저 나의 뇌피셜일 수도…) 그러니까 육아라는 육체노동의 무한 반복성에서 잠깐 벗어나 머리를 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리를 식히는 것이 아닌)

피곤할 땐 이때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기도 하는데, 카페인에 의존하지 않아야 하기에 어쩌다 한 번씩만 그런다.


4-6시, 저녁 뭐 먹을까.

저녁준비를 하는 건 아니고 뭐 먹을지 고민한다.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나름 ‘탄단지’ 영양을 고려해 저녁 한 끼를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이 시간이 되면, 유난히 육아가 고역이었던 날일 경우에, 알코올의 유혹에 빠진다. 지금 마셔도 곧 남편이 퇴근하기에.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그런 유혹에 넘어가는 것 같다. 남편 퇴근 후 진실을 고하면, 이해한다는 눈빛을 보낸다.

강아지 두 번째 밥을 5시경 준다.


6-7시, 저녁 식사.

저녁이 되어서야 끓이고, 지지고, 볶는, 제대로 된 식사를 준비한다. 왜냐하면 남편이라는 육아 동지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밥 먹으면서 오늘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런데 우리 새끼 어떤 점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는지 등을 얘기한다.

물론 두 녀석 중 하나라도 칭얼대거나 하면 이런 거 없고 바톤 터치식으로 아이를 보다 후다닥 저녁을 먹는다.


7–9시, 저녁 운동. 목욕시키기.

놀랍게도 육아 중에 운동도 한다. 육아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대단한 운동은 아니고 그냥 동네 산책로를 한 시간 정도 걷고 온다. 그나마 두 아이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집을 나갈 땐 너무 후련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들 얼굴이 아른아른 하다. 나는 어쩔 수 없는 엄마. 운동 후 씻고 다시 육아 모드 돌입.

첫째도 이 시간에 주로 아빠와 저녁 산책을 즐긴다. 나와 교대로 나간다.

그리고 잠을 잘 준비 태세로 아이들을 씻긴다. (그런데 절대 바로 안 잔다.)


9-11시, 마지막 수유, 정리.

둘째 수유는 보통 이 시간에 마지막으로 한다. 요즘은 하루 총 5회 정도만 한다.  

그리고 설거지. 고맙게도 보통 남편이 해준다.

첫째가 낮 동안 어지럽힌 집을 대충 정리한다. 너무 깔끔하게 정돈하진 않는다. 어차피 내일 되면 또 어지럽힐 테니까.


12시, 수면.

우리 아이들은 정말 늦게 잔다. 늦게 일어나니까 늦게 자는 것일 수도? 12시가 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원래 아침형 인간인데 두 아이 육아로 인해 그 오래된 습성을 버렸다…

두 녀석이 점점 크면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길…

그래도 자정이 가까워지면 곧 육아가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진다.


정리.

엄마의 수면 시간 짧게는 5시간, 길게는 9시간(너무 행복한 날!).

기저귀 갈기 10회 정도.

먹이기 첫째는 수시로. 우유 600ml.

둘째는 수유 5회. 분유 900-1000ml.

시시때때로 놀아 주기. 얼러 주기. 씻겨 주기.


육아는 반론의 여지없이 힘들다.

그렇지만 이런 하루하루가 모여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기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육아를 아직도 쉽게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우울증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가끔 진이 빠질 것처럼 힘든 날도 하루 이틀 수면 시간을 좀 더 늘리면 다시 괜찮은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무엇보다 내가 손수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복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일도 열심히 씩씩하게 또 육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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