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박사 Jun 20. 2023

두 아들 육아

힘들다는 건 너무 당연하지만….

육아는 원래 힘든 거다. 딸이든 아들이든 아가는 아직 온전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양육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이가 없었다면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되는 것을 아이가 생김에 따라 건사해야 하는 몸들이 많아지게 된다.


그중에서도 현재 나에게 주어진, 두 아들 육아, 터울차가 겨우 20개월이고, 둘 다 기저귀를 차는 아가 육아는 정말 고난이도이다. 둘째가 6개월에 접어들 무렵부터 그토록 건강했던 내가 한 달에 한 번은 꼭 감기에 걸려 약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이에 대한 반증이다. 엄마의 몸이 과부하에 걸린 것이다. (첫째는 어린이집에 다니지만 친정이나 시댁의 도움은 온전히 바라기 힘든 상황..ㅜ)


그나마 내가 버티면서 꾸역꾸역 해낼 수 있는 것은 남편의 도움 덕분… 적어도 남편이 정말 든든한 육아 동지가 되어주기 때문에 우울증은 피할 수 있는 것 같다. 둘째를 낳겠다는 생각을 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자체가 남편의 육아 참여도라는 데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남편이 밖으로 나도는 사람이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듯…!


남자아이들은 확실히 XY긴 XY인 것이 XX인 엄마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다. 저돌적이고, 모험심이 강하다.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려 하기보단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는 것 자체가 우선인 것 같다. 소유욕도 여자보다 훨씬 강하다. 이런 성향이 처음부터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사회에 나가 선두를 차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자인 것이겠지. 무튼 내가 (아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부분이다.


뇌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어 보니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생물학적으로도 크게 다르다고 한다. 내가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과 과목을 유독 힘들어했던 것, 남과의 경쟁이 힘들고 사람들에게 유독 관심이 많았던 것은 나의 뇌가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뇌였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우리 집안엔 강아지 빼고 다들 남성이라 나 혼자만 조금 소외받는 듯한 느낌이 있다. 딸이 있었다면 같이 인형도 갖고 놀고, 소꿉놀이도 재밌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앞으로 아들 두 녀석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몸으로 놀아주고, 집안에 모든 것을 다 망가뜨리고 부숴버릴 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우리 집 아들들은 유독 파괴적이다…!)


그래도 이 두 녀석을 낳은 것은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과거로 돌아가도 100% 똑같이 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참 엄마의 모성애란 대단한 것 같다. (가끔 셋째는 또 얼마나 이쁠까 하는 미친 생각도 드는…)


나의 몸은 점점 쇠하지만, 아들들의 몸은 반대로 점점 튼튼해지고 영글어 간다는 사실이 참 묘하게 “대리만족”이라는 감정을 유발한다. 자식은 부모와는 별개인 다른 인격체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식에게서 “나”의 일부를 보는 것 같다. 그게 유전자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래서 양육이란 어쩌면 자기애적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그런 게 없었다면 이 어려움을 다 이겨내기가 쉽지 않지…


하여간 오늘 육아도 화이팅!




작가의 이전글 아들 둘 맘의 하루 루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