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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un 27. 2023

사이좋은 부부

잉꼬부부의 특성

지난 주말은 시댁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우리 부부는 모처럼 데이트를 즐겼다. 데이트라 해봤자 편한 캐주얼 의상을 하고서 평소에는 잘 못 먹는 고깃집 가기, 별다방 가서 커피 마시기, 그리고 밤마실 산책이 전부다. ㅎ 그럼에도 그 시간이 참 꿀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좋으련만…


주변에 유독 사이가 좋은 커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둘만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행복해한다는 것. 너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한데, 생각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커플들도 많다. 나 역시 지난 과거의 연애사를 돌이켜 보면 연인과 함께일 때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좋았던 경우가 많다.


우리 부부는 특별히 공통의 취미가 있거나 관심사가 비슷한 건 아니다. 전공 분야도 너무 다르고, 성격도 거의 극과 극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으면 그 시간이 참 편하고 힐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래서 특히 시댁에 갔을 경우, 둘만의 데이트를 하고자 호시탐탐 노린다. (그래서 나는 시댁 가는 것을 생각보다 좋아한다.)


아이들이 있으면 정신이 없어 평소 하지 못했던 시시콜콜한 대화도 하고,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걷기도 한다. 그리고 비로소 둘이 있을 때라야 우리의 근본적인 관계, 그러니까 애정과 신뢰에 기초한 부부관계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경우,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가는 때에는 그런 감정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냥 육아 동지, 전우 같은 느낌이 지배적이다…)


부부만의 시간을 보내는 데 인색하지 말 것! 사이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덕목이다. 물론 애초에 둘이 함께할 때 행복한 사람을 만나는 게 우선이긴 하다. 그런 사람이 이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는 꼭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귀여운 지금이 참 다시없을 만큼 소중하단 생각이 들다가도 가끔 애들이 얼른 커서 우리 부부끼리의 시간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막상 그런 때가 오면 또 자식들의 멀어짐에 서운해 할 수도 있지만… 부부관계도 그렇지만 부부자식 관계도 균형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남편이 부인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해 줘서 참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애정 덕분에 나는 또다시 힘든 육아를 해낼 힘을 얻는 것 같다. 남편의 존재가 단순히 가정의 부양에만 그친다면 사실 여자는 남편이 없어도 친정의 도움에 의지해서 살아도 될 것이다. (친정의 도움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실제로 많이들 그렇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는 부모의 애정을 줄 수 있을 뿐, 배우자만이 줄 수 있는 애정은 줄 수가 없다. 이 애정은 기본적으로 그 결이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지난 주말의 시간들이 그립다. 그저 둘이 오붓이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함께 걷는 그 시간이 육아를 한창 하는 부부들에겐 가뭄에 단비처럼 소중한 순간들이다. 기약 없는 그날을 꿈꾸면서 오늘도 열심히 두 녀석들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어쩌겠는가. 둘이 사랑한 결과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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