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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Jun 29. 2023

장마철과 육아

불쾌지수 100

우리 아이들은 유난히 스킨십에 진심이다. 엄마가 특별히 많이 안아주거나 업어준 것도 아닌데(물론 그 반대도 아니다), 누군가의 품 안에 들어가는 것을 그리도 좋아한다. 문제는 남자 녀석들이 그러다 보니 다소 거칠게 파고들거나 해서 가끔 다치기도 한다는 것.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도 아이들은 이따금씩 엄마에게 안기려 한다. 정말 내 새끼지만 이런 날은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 싶은데… 그래서 나에게는 장마철의 육아가 제일 힘든 것 같다. 가만있어도 꿉꿉한데, 막무가내인 아들내미들이 달려드니 정말 죽을 맛이다. 특히나 열 많고 땀 많은 둘째 아들은 다가오는 거 자체가 두려울 지경이다.


둘째가 작년 가장 더울 때, 그러니까 7월 말에 태어났다. 여름생의 아기는 여러 모로 힘들다. 요즘에야 세상이 좋아져서 에어컨을 빵빵 틀어놓을 수 있지만, 더울 때 태어난 아이를 안아서 수유하고, 트림시키고, 얼르고 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출산 후 산모에게 너무 차가운 바람을 쏘이는 것은 산후조리에 가장 치명적인 것 중 하나이다.) 사실 만삭이 되면 시원한 날씨여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뻘뻘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년 6월은 정말 밖에 나가기 싫고, 안방에서 에어컨 틀고만 있었던 것 같다.


육아는 장비빨이라고 하는데, 사실 가장 좋은 건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어떤 누군가인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각종 장비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장마철엔 에어컨, 그리고 제습기가 필수이다. 아이들은 열도 많고 땀도 많은데, 절대 가만히 있지 않으니까. 높은 습도는 아이들도 정말 싫어하고, 각종 음식의 부패 속도를 높인다. 거기다 얄밉게도 아가들은 온도, 습도 조건이 쾌적할 때에야 잘 잔다. 그래서 옛날엔 할머니들이 아가들에게 계속 부채질을 해준 거다. (우리 할머니, 증조할머니 너무 감사해.)


장마철, 아니 여름철은 아기들 음식 먹이는 것도 더 힘들다. 어른들 밥 해먹기도 귀찮고 힘든데, 아이들 음식은 사 먹이기도 쉽지 않아서 꾸역꾸역 만들여 먹여야 한다. 그럼 또 조리하고, 환기시키고, 또 설거지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고… 집안의 온도와 습도가 다시 불쾌한 정도로 올라감과 동시에 엄마도 불쾌해지고 지친다. 여러 모로 여름은 정말 살림 고수들의 능력이 빛을 보는 시기라 생각한다. 살림을 못하면 여름철엔 집안이 금세 엉망이 된다.


아이가 없을 땐 적당히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를 찾아다니면서 쾌적하게 시간을 죽이면서 우아하게 여름을 보낸 것 같다. 첫째 하나가 아직 어릴 때에도 적당히 그 우아함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첫째가 이제 어느 정도 크고 밖을 탐색하는 나이가 되고부터는 더운 여름날 땡볕에서도 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부지런히 동네를 돌아다녀야 한다. 그래서 그토록 스벅에 유모차 끄는 엄마들이 많은 것이다. 잠깐 목이라도 축이고, 쉬어 가기에 적당한 곳이니까. (그러니까 너무 맘충이라고 미워하지 말기를…)


오늘도 아침부터 높은 습도 때문인지 두 아들 녀석들은 온갖 짜증을 부리며 진상짓을 했다. 아침엔 늘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곤 하는데, 금세 높아진 습도가 영 맘에 들지 않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그렇지만 엄마는 어른이고 그래서 견딜 줄 아는 것이다.) 이내 다시 에어컨을 틀어주니 그제야 잘 먹고, 잘 논다. 정말 아이들은 이기적이고, 집안의 제왕이다. 자기의 본능과 감정에만 충실하기에 그렇다.


아이가 없는 신혼 시절의 장마철엔 남편과 부침개에 동동주 먹을 생각으로 불쾌지수를 날려 버릴 수 있었는데… 아마 한동안 나에게 여름은 더욱 지치는 계절이 될 것 같다. 열심히 집안을 쾌적하게 하는 데 힘쓰고, 아이들의 섭식이 부족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얼른 가을이 와야 할 텐데, 아직도 6월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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