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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Aug 25. 2023

8월의 상념

육아 매너리즘

어느덧 가을이 문득문득 느껴지는 간절기다. 무더운 7말 8초가 지나가고 15일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가 지나가니 이제 아침, 저녁으론 제법 시원한 때가 왔다. 계절 탓인지 아니면 우리 두 아들(플러스 남편이라는 첫째 아들)의 버거운 남성성 때문인지 마음이 꽤 지치는 요즘이다. (이상하게 아직까진 몸은 그런대로 괜찮다.)


가끔 유튜브를 보면 혼자 사는 여성들의 브이로그가 눈에 띈다.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자기가 먹고 싶은 때에 먹는, 아기자기하게 사는 그녀들… 남성성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삶의 모습들이 참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느껴진다. 우리 집에선 세 남자들이 다 자거나 두 남자가 집을 나가고(남편 출근, 첫째 어린이집 등원) 한 남자가 낮잠을 자는 때가 아니면 그런 차분함을 좀체 느끼기가 힘들다.


나 자신도 엄청 깔끔을 떠는 성격은 아니지만, 세 남자와 살면서 어느 정도의 더러움은 좀 놓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늘 무언가 정돈되지 않은 카오스 속에서 살고 있는 느낌적 느낌. 그런데 하나하나 다 정리하려 하다 보면 끝도 없다는 것.ㅜㅜ)


정리정돈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어질러 놓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래서 세 남자와 사는 동안 겪는 카오스가 은근히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둘째가 점점 두 손과 두 발을 능수능란하게 쓰기 시작하면서 집은 더 개판이 되고, 나의 머릿속도 복잡해지는 것 같다. (거기다 앞으로 더 크면 클수록 이 녀석의 난리법석은 더 심해질 거라는 두려움까지 합세)


문제는 이 상황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은 내가 더 부지런히 몸을 놀려 정리를 하든지, 아니면 그냥 이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 그 둘 뿐이라는 거다. 갈피를 정하지 못한 나의 마음은 매일 조금은 짜증내고, 조금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보낼 뿐…!


가방끈 긴 게 참 독이다. 아이들 밥 먹이고, 기저귀 갈고, 지저분한 거 정리하고 닦고 하라고 이 세상에 태어난 건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드니까. 그런데 별다른 사회생활 없이 육아를 거의 3년 가까이하다 보니 매너리즘이랄까. (하물며 직장을 다녀도 가끔 매너리즘이 찾아오지 않나.) 이 녀석들은 언제까지 이렇게 엄마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건지 가늠이 안 된다. (솔직히 직장에 다니면 돈이라도 주지…!)


그렇다. 나는 거의 3년에 걸친 육아에 좀 지친 것 같다…! 내가 그동안 얻은 것은? 도합 23킬로 그램의 팔팔 뛰는 사내 녀석 둘. (물론 둘 다 건강하게 자라주어 감사하긴 하다만.) 내가 잃은 것은? 두 아들 빼고 거의 모든 것… 아, 인내심이 좀 더 강해진 것 같긴 하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육아에도 매너리즘이 찾아온다. 내가 좀 요새 예민해진 것은 매너리즘에 따른 정서적 위축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 가끔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재미없고, 지리멸렬하고, 내가 없는 것 같은 그런 회의감 있잖은가. 그럴 땐 세상 좋은 걸 다 갖다 줘도 마음에 안 들고.


내일은 간만의 주말 외출이 있다. 바깥사람들을 좀 만나면 기분이 전환될까. 남편은 혼자라도 좀 쉴 수 있는 시간을 지내보면 어떠냐고 하는데, 그럼 애들 밥은 혼자 잘해 먹일 수 있는지? (당연히 엉망이 될 거라는

걸 잘 안다. 슬픈 현실…)


수많은 엄마들은 육아 매너리즘을 어떻게 극복할까? 그래도 내 새끼니 그냥 참고 견디다 보면 지나가더라는 말을 많이 할 것 같다. 네, 오늘도 잘 견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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