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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Sep 15. 2024

효의 미덕

나는 효자

양가 부모님들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는 내가 효자라고 생각한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나는 친정부모님, 시부모님과 정말 친하기 때문이다. 아마 양가 통틀어 자식들 중에 가장 허물없이 지내지 않을까 싶다. (내 착각일 수도 있긴 하다)


사이가 좋은 이유는,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마련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행도 가끔 같이 가고, 댁에도 자주 방문한다. 가서 양가 부모님들이 해주시는 음식들은 군말 없이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이게 그렇게 버거운 일이 아닌 것이 나는 진심으로 이런 시간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보다 한 세대 앞선 부모님과 친해지면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나의 30년 뒤를 더 면밀하게 헤아릴 수 있게 된다는 것.


부모님들과의 대화에는 알게 모르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대체로 건강), 그리고 현재에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드러난다. 나는 거기서 현재의 나에게 의미 있는 조언들을 스스로 얻곤 한다.


그러니까 부모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가까운 미래가 그렇게 겁나지 않다. 그네들도 아무 탈 없이 지나온 과거이다. 그리고 내가 현재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는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일종의 초연한 마음을 얻기도 한다. 어쩌면 큰 걱정 하지 않고, 현재의 부모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친정아빠는 그의 부모님과 몇십 년을 함께 살아왔지만, 편하게 대화 한 번 하지 못한 채 영결하였다. 이후 아빠는 본인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을 술김에 몇 번 내비치긴 했지만,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일까. 살아생전에 서로 잘 소통하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모님과 친하다 보면 그런 그들의 후회와 아쉬움의 감정을 자주 포착할 수 있다. 그리고 효가 별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허물없이 서로 편하게, 즐겁게 소통하며 지내는 것. 진심으로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 나는 그런 느낌을 자주 받았다.


생각해 보니 나도 아이들이 크면 우리 부부 내외들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 준다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잘 나가는 자식이라도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언젠가 한 번 친정아빠가 흘리듯이 그런 말을 했다. 나이 먹으면 제일 재밌는 게 뭔지 아냐고. 자식들하고 같이 노는 거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골프장을 가고, 산해진미를 먹어도 다 소용없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진정한 부모의 마음이라고 느껴졌다.


같이 살고 있었을 때는 그렇게 중요한 지 몰랐던 서로의 자리들이, 분가를 하고, 출가를 하면서 요원한 것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서로 나누는 소소한 대화 역시 어떤 소중한 무엇이 되어 버린다. 이런 게 조금은 수월해지도록 노력하는 게 효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친정아빠가 본인 부모에게 남은 미련이 없길 바란다. 나에겐 늘 친한 부모였다고, 늘 편한 사이였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진짜 효자라고 자신하길 바란다. 그래서 그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명절이 나는 진심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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