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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사 Sep 18. 2024

명절의 끝은 또 집안일

그래도 홈, 홈, 스위트 홈

어제 드디어 우리집으로 귀가했다. 양가 부모님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왁자지껄 명절을 보냈지만, 어쨌거나 여기에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일단 수 시간의 운전이 필요하고, 짐을 바리바리 챙기는 과정들도 필요하다. 어쨌거니 타지에서의 잠자리인지라 약간의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의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짐정리를 한다. 양가에서 바리바리 싸주신 음식들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 둔다. 옷을 개키고, 빨래 거리들을 분류한다. 화분에 물을 주고, 시든 잎들을 제거한다. 캐리어나 짐가방을 제자리에 넣어 둔다. 추가로 그동안 미룬 화분 분갈이도 해준다. 이렇게만 하는 데도 3시간이 족히 걸렸다.


오늘은 연휴 마지막 날이기에 빨래와 청소를 해야 한다. 어제 마저 하지 못한 자잘한 집안일도 여기저기 잠재해 있다. 중간중간 아이들의 식사도 챙겨 주어야 한다. 아참! 오전에 장을 보러 가기로 했었군! 어제와 마찬가지로 이래저래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나만 이럴까? 아마 친정도 시댁도 명절 뒷정리로 분주하실 것이다. 자식들 챙기느라 평소보다 훨씬 많이 나온 음식물 쓰레기 및 각종 쓰레기들, 어질러진 집안 가재들, 그리고 밀린 빨래와 청소… 명절의 끝은 이토록 고단하다.


일상을 벗어나는 일은 늘 처음이 설레고 즐겁다. 앞으로 벌어질 새로운 사건들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마지막은 각종의 피곤한 일들이 줄을 지어 있기 마련이다. 정리에 능숙지 못했던 나는 이 마지막이 늘 버겁고 힘들었다.


이제는 제법 이 일들을 해내는 걸 보면 이제 유부녀로서의 관록이 제법 붙은 것 같다. 그리고 정돈이 끝날 무렵이면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일종의 차분한 정적이 집안 곳곳에 느껴져 마음이 평안해진다. ‘아, 드디어 나의 살림이 시작되었구나!’


그나마 명절 동안 열심히 같이 만든 음식들 덕분에 며칠 동안은 반찬 걱정을 안 해도 돼서 좋다. 서서히 평범한 일상이 시작되면, 명절의 여독도 천천히 풀어질 것이다. 당분간은 집을 떠날 일이 없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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