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결과
최근 부쩍 건강해짐을 느낀다. 잘 먹고, 잘 잔다. 그러다 보니 기력이 좋아져, 근력 운동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다 보니 최근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다소 신경 쓰였던 하반신 마비 증세가 거의 사라졌다. 모든 것이 쾌적해졌다.
육신의 건강은 정신의 건강을 지향하는 것 같다. 최근 브런치에 글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지적 도전들을 시작하기도 했다. 독서는 계속해사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문득 철학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법철학으로 박사논문을 받았지만 철학은 내게 늘 쉽지 않은 어떤 것이다. 그런 어려움이 내겐 더 매력으로 다가오는 점도 사실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한 대가의 철학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자 하면 수많은 참고자료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명료하진 않지만 대략적인 실루엣이 보일 때가 있는데, 나는 그런 순간들을 즐기는 것 같다.
육아를 하면서 철학서는 어쩐지 늘 멀리 했던 것 같다. 핑계를 대자면 그런 도전들을 행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늘 하는 일이 아이들 젖 먹이기, 기저귀 갈기, 업어가며 달래기 같은 육체노동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정신에 쓸 에너지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다 몇 번의 건강의 무너짐을 겪다 보니, 내 몸 추스리기도 힘들었달까.
올 추석에는 나 스스로 놀랄 정도로 잘 먹었다. 그 긴 연휴 동안 양질의 단백질을 정말 양껏 섭취하였다. 최근 그렇게 만족스럽게 잘 먹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가족들 역시 나의 건강이 완연하게 회복되었음을 확신하는 듯한 눈치다. (건강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잘 먹지 못하는 이유는 그걸 소화해 낼 여력이 없고, 애초에 식탐조차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몸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렇게 연휴를 보내고, 드디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니 뭔가 좀 다른 일을 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하지 않았지만 열심히 집중해서 잘하고 싶은 일. 그리고 철학책 하나를 책장에서 꺼내 들었다. 늘 읽자고 생각은 했지만, 읽지 못하고, 어딘가 미련은 남아 늘 지니고 있던 들뢰즈 책.
읽어 보니 역시 쉽진 않지만, 전에 공부한 것들이 어디 가지는 않았기에 집중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읽어볼 예정이다. 이런 걸 읽는다고 누가 상을 주거나 칭찬해 주지는 않겠지만, 나 스스로 조금씩 해냈다는 그 느낌을 가지고 싶다. 그러니까 정신의 발전이랄까?
다시 과거의 나와 연결되어서 반갑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