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지상주의자 정님 씨는 늙어가는 본인 얼굴을 견딜 수가 없었다.
쉰 살 넘도록 자식 걱정, 집안 걱정에 주름 진 얼굴 펴질 날이 없었고
확 늙었다는 친척 누군가의 지적은 화살이 돼 심장에 꽂혔다.
어느 명절, 부모님 집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정님 씨 눈 밑에 붉은 실밥 자국이 도드라졌던 것이다.
솔직히 눈 밑 붉은 실밥 자국이 선명한 엄마 얼굴은 좀 무서웠다.
"엄마, 얼굴 왜 그래?"
라고 말하지 않을 정도의 눈치는 있는 나는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남편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니 눈가가..."
"쉿, 모르는 척 해. 주름 수술이야."
그다음 명절엔 입술 주변을 따라 꿰맨 자국이,
그다음엔 양쪽 귀 옆으로 봉합 자국이,
다음엔 눈꺼풀이,
나보다 피부가 하얀 엄마는 티 없이 깨끗한 얼굴로 잡티 많은 나를 질타하셨다.
한번은 엄마 손에 이끌려 피부과에 갔는데, 나는 전체 얼굴을 레이저 시술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점만 빼고도 무지 아팠는데, 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여러 번 다녀야 효과를 본다고 했다.
바로 포기했다.
그 후로도 정님 씨는 점도 빼고 필러 시술, 보톡스도 맞았다.
필러의 효과는 대단해서 요 몇 년간은 명절 때마다 엄마의 탱탱하게 부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좀 낯설었다.
그런데 팔십이 넘다 보니 이제는 회복력이 느리다.
필러 시술 후 볼과 이마에 옅은 멍이 생겨났다.
작년에는 여행 앞두고 검버섯 몇 개 뺀다고 다녀오셨다가 두 달이 넘도록 붉은 자국이 남았다.
이후로 정님 씨는 성형 시술을 그만하기로 했다.
강제 종료였다.
더 이상 정님 씨의 주름 이야기, 늙어서 우울하다는 이야기,
남의 집 딸이 용돈 많이 주고 성형도 시켜줬다는 얘기를 안 들어서 좋다.
엄마 성형 못 시켜주는 딸이라 미안했는데
이제는 더이상 성형도 못 하는 연세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