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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선녀 May 17. 2024

외모지상주의자 정님 씨

엄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꼽으라면

단연코 '외모'를 선택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인생 결정이었던 결혼조차

'외모'로 남편을 골랐으니 말이다.


인천 강화군 석모도에서 나고 자란 엄마는 7남매 중 둘째, 맏딸이었다.

가난한 바닷가 대가족 농사꾼의 맏딸로 태어나

6살 때부터 동생들을 업어 키우고 집안일을 돕던 엄마는

14살에 인천으로 도망쳐 나와 미용학원을 다녔다.(얼핏 약간의돈을 훔쳐 나왔다고도?)

외조부가 수료증 돈을 주지않아 미용사 자격증을 받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았다.

그 후 인천에서 학교를 다닌 남동생들 뒷바라지를 하게 되었다.


20대 후반 외할아버지는 중매 자리 두 개를 골라오셨다.

서울에서 큰 식당 하는 부잣집 아들과 목재상 집 며느리 자리였다.

엄마는 두 남자를 만나본 뒤 가차 없이 차 버렸다.

두 사람 다 키가 작았는데 한 남자는 너무 똥똥(통통보다 다소 강한 엄마 표현) 하고,

한 남자는 머리가 너무 커서 보기 흉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세 들어 살던 집주인이 공작창(옛 철도청)에 다니는 멀끔한 청년 하나를 소개해 주었다.

당시 흑백 증명 사진 한 장 보고 소개받았는데 얼굴이 너무 잘 생겨서 만났다고.

바로 아버지였다.


30세 청년 이석준은 허우대만 멀쩡했지 형과 누나 집을 오가며 눈칫잠을 자던 가난뱅이였다.

그랬다.

엄마는 오로지 아버지 얼굴만 보고 만난 것이었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을 많이 하고 못 먹고 자라 키가 못 컸다고 늘 한탄하신다.

그래서 본인을 닮은 나와 동생의 작은 키도 부끄러워하셨다.

동네 사우나에 우리 자매를 데리고 다니지 않은 이유도

이웃들이 엄마 닮아 딸들도 조막만 하다고 흉볼까 봐였다.


나중에 둘 다 결혼하고도 한참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어이없던지…

그 오랜 기간 엄마가 딸들과 동네 마트조차 동행하지 않은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된 것이었다.


눈치 없는 것들인 자매는,

“무슨 엄마가 이래?”

마주보고 앉아 기가 막혀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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