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방광염인 줄 알았다.
평소 소변을 자주 본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심각하진 않았다.
여느 때처럼 안부 전화를 했는데 밤중에도 소변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하소연했다.
아버지 가시고 난 뒤 증세가 심해졌다는 거다.
일단 가까운 산부인과 진료를 권했다.
산부인과 진료는 싫다고 단박에 거절하셨다.
인근 비뇨기과 중 여성 진료도 잘 보는 곳을 찾았다.
어깨 통증 치료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비뇨기과가 최우선으로 바뀌었다.
비뇨기과 전문의는 방광염이 의심되지만 여성의 경우 자궁 쪽 문제일 경우가 많다면서 산부인과 검진을 권했다.
이름이 마음에 든다며 엄마가 고른 전철역 인근 산부인과를 찾았다.
가기 싫다고 하시더니 중년 의사가 피부가 좋다, 젊어 보인다 칭찬을 하니 기분이 좋아지셨다.
진작에 여기로 올 걸 그랬다며 비뇨기과 의사는 딱딱하고 불친절하다고 불평했다.
산부인과 의사는 초음파 결과 오랜 시간 동안 방광이 비대해졌다며 배출되지 않고 고여있는 소변이 문제라고 했다.
다시 비뇨기과로 갔다.
약을 처방받고 3일 후 다시 방문했는데 사실 효과는 없었다.
여전히 소변은 30분에서 한 시간 간격, 밤에도 한두 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봤다.
자주 보는 소변량은 당연 적었다.
여전히 밤잠을 주무시지 못했다.
약을 바꾸고 다시 일주일 후 결국 의사는 대형병원을 추천하며 소견서를 써줬다.
평소 다니던 인천성모병원 비뇨기과를 예약했다.
병원에선 먼저 X-ray와 CT를 찍었다.
엄마 또래 의사는 느린 손으로 검사 결과를 적으며 난소에 커다란 혹이 있다고 말했다.
혹의 크기는 약 13cm, 산부인과를 연결해 줄 테니 수술 일정을 잡으라고 했다.
일주일 후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만난 젊은 의사는 씩씩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엄마를 달랬다.
초음파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제까지의 경과를 물은 뒤 수술하자고 했다.
난소에 혹 제거하는 김에 나팔관, 자궁 다 떼어내자고 경쾌한 목소리로 제안했다.
개복수술인 줄 알았더니 다행히 복강경이었다.
연세가 있어 전신마취, 2박 3일 일정이었다.
2주 후 수술이 잡혔다.
두 달간의 병원 일정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방광염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그치만 난소 혹도 문제였다.
모양이 예쁘게 둥근 것이 종양은 아니라지만 갓난아기 머리만 한 혹이 붙어있다니 이제껏 산부인과 진료를 기피했던 엄마에게 잔소리까지 했다.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왜 이제껏 몰랐을까, 왜 빨리 모시고 가지 않았을까 자책이 들었다.
간단하다지만 80 넘은 노인네가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 일정이 잡힌 뒤 정님 씨 얼굴은 오히려 밝아졌다.
빈뇨의 원인이 방광염이 아니라 난소 혹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다행이라 여기는 것 같았다.
무려 십여 년 넘게 자란 혹을 이제라도 제거하면 빈뇨가 사라질 것이라 여겨 안심했다.
얘, 혹이 13cm 면 몇 그램이나 나갈까.
전에 비뇨기과에서 고여있는 소변이 400ml 가량이라고 했으니까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애들 먹는 작은 우유 한 팩 정도 되겠네요.
그럼 내가 그동안 고만한 무게를 달고 다닌 거니까 수술하면 내 몸무게도 고만큼 줄겠네.
그렇겠지?
고만큼 체중이 줄겠지?
아이고, 오마니.
그 와중에도 체중이 줄 걸 기대하며 좋아하다니.
정님 씨는 정말 못 말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