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타는 듯한 폭염에 밖에 나가기도 힘든 날엔 어르신 모임도 한가하다.
집에 있는 날이 많아 따분한 정님 씨는 이래저래 이 생각 저 생각이 많았나 보다.
얘, 너, 나한테 뭐 서운한 거 있냐?
아니. 없는데.
서운한 거 있는 거 아냐?
그러니까 지난번에 나한테 이상한 말 한 거 아냐?
서운한 거 있어서 나한테 쑥고개 할머니 닮았다고 한 거지?
난 그런 줄 알았지.
아냐. 엄마.
엄마가 이것저것 남들이 좋다는 약 드시고 싶다 하니까
옛날 쑥고개 할머니 생각나서 엄마도 쑥고개 할머니 닮아간다고 한 거지.
나는 쑥고개 할머니랑 다르지.
할머니는 젊었을 적부터 좋다는 약 다 사서 드셨지만 나는 안 그랬어.
네 아버지 가고 난 뒤부터 여기저기 많이 아파서 먹게 됐지.
이제 나이 먹으니까 허리고 다리고 귀고 어깨고 아픈 데가 많아.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아프고......
아프고........
그래서 친구들이 좋다고 하는 약들 먹게 된 거지,
나는 쑥고개 할머니하고는 다르다.
그런 뜻 아닌데 엄마가 그렇게 들었으면 내가 잘못했어요.
엄마 쑥고개 할머니 닮지 않았어.
미안해요, 엄마.
네가 어릴 적에는 큰 소리 한번 안 치고 팩팩거리지도 않고
말썽 한 번 안 부리고 잘 컸는데
이제 환경이 힘들어서 그런가 나한테 그딴 소리도 하고 말이야.
쑥고개 할머니 닮았다고 하는 말이 뭔가 나한테 서운한 거 있어서
담아뒀다가 삐죽하게 말한 거 아닌가 했어.
아냐, 엄마 내가 잘못 말했네.
미안해요. 그런 거 아냐.
말 한번 잘못했다가 월요일 아침부터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