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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해야할 일을 하는 사람

by 조나단

나는 평범한 직장인

나는 평범한 사회복지사

나는 평범한 30대 청년

그리고 매일 주어진 평범한 삶에

나름 만족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낀 뒤

일상의 해소를 위한 취미를 만들어왔다.


그런 나에게 중요한 취미 중 하나

매일 주짓수 체육관에 방문하는 것이다.

이젠 관절 마디가 쑤시기도 하지만

벌써 몇 년을 방문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생활체육일 뿐이지만

꽤나 꾸준히 대회에 참여해 왔다.

그런데 결과는?

안타깝게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난 평범한 삶을 위해 열심히 살아오며

열심히만 하는 것보다는

괜찮은 결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제 삶에 찌들어버린 건가?’

이런 상황에서 좋지 않은 결과...?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주변엔 짓궂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자신에 대한 평가였다.

‘아무리 취미, 생활 체육이라도… 결과가…’

그래도 나름 이 취미 생활을 놓지는 않았었다.

생각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어느 정도 결과에 대해 초월한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결과에 무뎌진 것인지

매일 땀 흘리고 환기하는 것만으로 좋았으니까


그 결과 누군가의 짓궂은 얘기도

내 능력에 대한 의심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다만 꾸준하게만 진행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대회에 신청했다.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컨디션을 확인하며

나는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주가 대회인데 뭐 해야 돼요?”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뭘 준비해?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해ㅋㅋ”


그렇게 대회당일

도움을 주던 사람들

함께 참가하는 사람들

응원하러 와준 사람들

그들에게 한마디

“결과는 모르겠고... 즐기다 올게요~”

‘나에게도 이제 여유라는 게 생긴 건가…?’


그런데 나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응? 결승?? 내가???’

힘은 이미 빠져버린 상황이었다.

평소와는 다른 결과로 흥분한 코치의 조언들

이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아 몰라… 힘들어 죽겠다고…’


등 떠밀려 올라간 마지막 경기

너무나 힘이 강한 상대

때문에 내가 선호하지 않는 상황이 주어졌다.

그 뒤의 상황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순간 할 수 있는 것만 듣고 생각하고 하려 했다.

‘위험해... 일단 탈출하자’

‘지금은 어떻게 하지? 코치가 하는 말을 들어보자’

‘골반을 빼고 무릎을 끼우라고?’


경기가 도중에 잠시 중단된다.

점수 차이는 처참하다. 완벽하게 지고 있었다.

그러나 힘들 뿐 이상하게 좌절감을 느끼진 않았다.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여러 지시들

“이래 다리를 막아야지!”

“계속 움직여야 돼!”

“그대로 들고일어나!”


하지만 모든 말이 들리지는 않았다.

이미 너무 힘들었으니까…

지금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그것만 하기도 바빴으니까


결과는? 그날의 MVP 경기가 돼버렸다.

완벽하게 진 경기를 막판에 쫓아가

종료 2초 전 역전하며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리

동료들과 코치

관람하는 사람들

상대편의 동료들과 코치

누군가는 환호를

누군가는 탄식을 쏟아냈다.


그러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에도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도

환호하는 사람들의 소리도

여러 사람들의 칭찬에도

목에 금색 메달이 걸렸을 때에도

별생각은 하지 못했다.

기뻐하기도 힘들 만큼 그냥 너무 지쳤으니까…

나보다 주변인이 더 흥분한 듯 보였다.

난 단지 주변의 반응이 얼떨떨할 뿐이었다.


정작 나는 그 순간에

이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겠다.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거창한 생각을 할 엄두도 못했다.

최대한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상을 보고서야 약간은 알았다.

내가 시도한 것들이 평소에 하던 것이었구나…

사람들이 환호하고 기뻐해줬구나…


나는 아직도 어색하지만

이 금색 메달이 정말 귀하다.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정말 포기하면 안 될 때

끝까지 해야 할 때

결과가 필요로 할 때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면

평소에 꾸준히 하던 것들을 해낼 수만 있다면

좋은 결과와 평가가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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