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를 전공하는 5명의 학생들
몇 년을 활동해 온 봉사단원들이다.
고마운 사람들
졸업을 앞두고 제 갈길 찾아가는 이들을 위해
쫑파티 명목으로 조촐한 간담회를 갖는다.
30대에 접어든 나
다행히 아직은 젊은 축에 속하지만
과자 몇 봉지를 깔아 두고
쉼 없이 재잘거리는 이들이
풋풋하다 못해 어리게 보인다.
“뭐가 더 필요할까요?”
“이런 대외활동은 어떨까요?”
“이 자격증은 어때요?”
취업을 앞둔 이들은
4년의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과 자격을 갖고도
부족한 모양인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나의 짧은 경험에서 나오는 답은
업무에 일정 부분 활용할 수 있는 팁 정도지만
예전 내 모습이 떠올라 성심성의껏 대답한다.
그중 처음으로 면접 일정이 잡혔다며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친구
‘너희 가족 중 법인의 이사진 정도 있다면
특별한 경험과 자격 같은 것 없어도
정규직은 물론 직급 하나 받는 것은 문제도 아니야’
현실적인 이야기를 어렵게 참아낸다.
내가 두서없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실무에서 알아두면 쓸모 있는 정보
혹은 이력서 한구석에 기록할 수 있는 것뿐이다.
이런 정보들을 뿌려대는 내가 있는 곳만 해도
중간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때문에 함께하던 직원이 이유도 모르게 교체되고
계약이 종료되어 다른 누군가가 채용되는 것은 익숙하다.
그중 정규직 자리를 꾀찬 ‘누군가’의 아들
존재하지도 않던 중간관리자 자리가 생겨 팀장이 된 ‘누군가’의 아내
이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입사를 위해 필수적인 자격증도 없고
팀장 직급을 위해 필요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그녀의 역할은
그녀보다 경험이 많은 팀원의 업무가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도 불편함을 내비친다면
‘눈치도 없고, 현실을 모르는 이상적인 사람’
이라며 눈총을 받게 된다.
덕분에 애써 외면했고
이젠 그러려니 하지만
‘이럴 거면 면접과 재계약을 위한 평가는 왜 하는 거야?’싶다.
특별한 연고도 연줄도 없는 내가
계약직 자리 하나라도 해 먹는 것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내 앞에 앉은 풋풋한 친구들을 보면
지금보다 더 어렸던 내가 생각난다.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던 분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난 그에게 답답한 심정을 토해내곤 했다.
“어딜 가나 다 똑같다.”
“원래 사람 사는 곳이 그렇지 않으냐”
그는 날 어렵게 위로한다.
신경 쓰이면 공채 자리를 도전하라는 답에
누구도 쉽게 바꿀 수 없는 일이니 그냥 넘겨왔지만
‘내 앞에서 제잘 거리는 친구들의 경험과 자격들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면 속이 쓰린다.
나 역시 내게 주어진 4년 혹은 이후 만들어낸 자격과 경험들
그것을 기록한 이력서와 확인서들이 존재한다.
누군가 그것에 조금 더 관심을 주었다면 아쉬움이 덜했을까?
풋풋한 이 친구들이 해왔던 활동들을 보면
역시 요즘 대학생들도 열심히 사는구나 싶다.
물론 전국의 사회복지 기관은 한 두 개가 아닌 만큼 천차만별이겠지만
어느새 현실을 수긍해 버린 내가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풋풋한 친구들의 세월을 녹여낸 이력을 일그러뜨릴까 걱정이다.
내 앞에 앉아있는 친구들은 이런 고민이 필요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