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보내는 편지
"미안하다는 말로는 다 덮을 수 없는 나의 계절아."
오늘은 밤하늘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모든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데,
어머니가 보시기에 나의 아이는 너무 일찍부터 나의 무너진 등을 보며 자라야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셨을 거 같습니다.
제 어머니는 제가 중학교 2학년이었던 시절 루프트, 부정맥, 황달 증세로 5년 정도 입원 생활을 하시다가 하늘로 떠나셨습니다.
이 글은 가난과 아픔이라는 짐을 홀로 지고, 기적처럼 단단한 나무로 자라준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에게 바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위로해주는 글 입니다.
너무 일찍 철들게 해서 미안해
사랑하는 내 아들. 엄마는 네가 걸어온 그 숨 가쁜 시간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욱신거려온다.
한창 투정을 부리고 사랑만 받아야 했을 그 어린 시절. 엄마가 쓰러지던 그 순간부터 너의 시계는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흘러갔지.
사업의 실패와 함께 우리가 밀려나야 했던 그 낯선 방.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던 눅눅한 그곳에서, 사춘기 소년의 예민한 마음이 얼마나 많이 베이고 다쳤을지 엄마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친척 집 문턱을 넘기 싫어 쭈뼛거리던 네 모습, 엄마는 다 알고 있었단다. 네가 못난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어린 네가 감당하기엔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너무 차갑고 가혹했으니까.
너의 죄책감을 내가 가져갈게
아들아, 기억하니? 친구들과 잠시 웃으며 밖을 서성이던 날들을 뒤로하고 집에 들어올 때면, 너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곤 했지.
하지만 엄마는 오히려 그때가 고마웠어.
아픈 엄마 곁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네 나이처럼 숨 쉴 수 있기를 바랐으니까.
그리고 가끔 네 눈빛에서 읽히던, "이 고통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그 서글픈 생각들... 부디 자책하지 마라. 그건 엄마가 미워서가 아니었잖아.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과 병마의 터널을 그만 멈추고 싶었던, 너무 지쳐버린 너의 비명이었다는 걸 엄마는 다 안단다.
폐허 위에서 피워낸 꽃
그런데 아들, 이것 좀 봐.
엄마 없이 홀로 그 매서운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너는 이렇게나 훌륭하게 자랐구나.
남들은 부모의 지원을 받아도 힘들다는 그 길을, 너는 오로지 너의 땀과 눈물로 닦아냈어. 최고의 대학, 수석 장학금, 그리고 모두가 인정하는 명예로운 제복을 입기까지. 네가 이루어낸 그 눈부신 성과들이 기적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미어지는구나.
혹여나 부족한 엄마 때문에 무시당할까 봐,
혹은 나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너 자신을 깎아가며 악착같이 버틴 건 아닐까 해서.
너는 나의 자랑이자, 살아가는 이유였어
그러니 아들아, 이제 그만 무거운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렴. 너는 단 한 순간도 엄마에게 부끄러운 아들이었던 적이 없었어.
아픈 몸을 이끌고 너를 챙기려 했던 건, 네가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너를 너무 사랑해서였어. 너는 내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그 모진 시간을 견디며 살아 숨 쉬는 유일한 이유였단다.
정말 잘 컸다, 내 아들.
하늘에서 보내는 마지막 당부
이제는 혼자서 집안을 일으키느라, 성공을 증명하느라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지 말렴. 밥도 따뜻하게 잘 챙겨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웃으며, 너 자신을 좀 더 아껴주렴.
엄마는 네가 이룬 성취보다, 네가 짓는 편안한 미소가 더 좋단다.
사랑한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홀로 버티느라 정말 많이 고생했어.
엄마가 늘 지켜볼게. 가장 빛나는 나의 보석, 나의 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