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아들
늦가을의 바람이 한옥처마 끝을 스쳐 지나가고 햇살은 유난히 따스했다
한정식집의 묵직한 기운은 양가 어른들이 마주 앉아 어색한 분위기가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며 정갈하게 차려진 상위로 음식의 향과 사람들의 온기가 한데 어우러져 오늘이 축복의 자리라는 걸 분명히 알려주는데도 나는 아직 작은 손을 잡고 뛰어가던 아들의 모습과 오래전 아들이 처음 학교에 가던 날 작은 가방이 너무 커 조심조심 걷던 모습 그리고 오랜 외국생활 중에 낯선 군대생활을 힘겨워했던 아들 그때그때마다 앉으나 서나 마음 한편에 애태웠던 아들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제는 누군가의 남편이 되는 아이
내 품에서 한걸음 더 멀어져 제삶을 살아가려는 어른이 되었다
아들의 행복을 위해 떠나보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 마음 한편에 스며드는 허전함은 쉽게 감춰지지가 않는다
그 아이가 또 다른 행복을 맞이하기 위한 시작이라는 걸 엄마로서 조용히 마음을 비워줄 때가 됐다는 걸 그렇게 오늘 기쁨과 허전함이 함께 담긴 한 끼 식사 위에 나는 천천히 '축복'이라는 마지막 조각을 올려두었다
나는 놓아주는 쪽으로 아들은 또한 가정을 꾸려나갈 책임을 향해
새로운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아들을 위해 이제 나는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