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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미래’가 아니라 ‘추억’이었다

전기차는 이제 막 등장한 미래 기술이 아니다

by 원미닛

전기차, 하면 우리는 늘 ‘미래’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매연 없는 도로, 자율주행, 소리 없는 엔진, 충전소가 주유소를 대체하는 풍경까지. ‘내연기관차는 점점 사라지고 있고, 전기차는 그 자리를 채워가는 중’이라는 말은 이제 지겨울 정도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 하나. 전기차는 원래부터 ‘미래의 차’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부터 자동차계의 주인공이었다.


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진짜다. 지금으로부터 120여 년 전, 1900년대 초반 미국의 도시들에서는 전기차가 거리를 누비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테슬라나 아이오닉처럼 미래지향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 시대의 기준으로는 엄청난 혁신이었다.


알고보니 전기차가 먼저였다

1900년대 초, 뉴욕 거리에는 다양한 종류의 탈것들이 뒤섞여 있었다. 말이 끄는 마차도 있었고, 증기로 달리는 자동차도 있었고, 물론 가솔린 엔진차도 있었다.

batch_aGettyImages-2174206454.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흥미롭게도,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건 바로 ‘전기차’였다.


사실 그때 가솔린차는 굉장히 번거로웠다. 일단 시동을 걸려면 크랭크를 돌려야 했다. 이게 생각보다 힘들고 위험해서, 크랭크를 잘못 돌리다가 팔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소음도 엄청났고, 매연은 덤이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했지만, 대중적으로는 굉장히 불편한 물건이었다.


반면, 전기차는 조용했다. 버튼 하나로 시동이 걸리고, 움직임도 부드러웠다. 엔진이 없으니 열도 덜 났고, 무겁지만 안정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시동을 쉽게 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성 운전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왜 사라졌을까?

그럼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전기차는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포드가 판을 뒤엎었다."

batch_aGettyImages-1594611104 (1).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908년, 헨리 포드는 '모델 T'를 출시했고, 자동차 역사상 최초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가솔린차의 가격이 급격히 낮아졌고,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비싸고, 느리고, 갈 수 있는 거리도 짧은 ‘불편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미국 전역에 주유소가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가솔린차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하게 된다. 충전소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전기차는 점점 시장에서 밀려났다.


그렇게 한때 주인공이었던 전기차는 기술의 박물관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100년을 돌아 다시 돌아온 전기차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전기차를 다시 이야기하고 있다. 기술은 몇 배로 발전했고, 충전 속도도 빨라졌으며, 주행 거리도 500km 이상을 넘나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새로운 혁신이 아니다. 잊고 있었던 과거의 ‘복귀전’에 가깝다.

batch_aGettyImages-2217025668.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는 과거에 이미 존재했고, 인기를 누렸고, 심지어 충전 인프라까지 존재했다. 다만 그 시대는 아직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의 전기차 열풍은 결국, “기술이 도달하지 못한 과거의 가능성”이 마침내 현실화되고 있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가끔 전기차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건 정말 미래일까, 아니면 우리가 놓쳐버린 과거일까?”

분명한 건 하나다.


지금 우리가 타는 전기차는, 과거로부터 온 두 번째 기회라는 것. 그리고 이번에는… 어쩌면 정말, 끝까지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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