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에서 공장을 한 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간다. 공장 사장님께서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로 인해 기존에 하던 공장을 그만두시려는 찰나, 내가 책임지고 먹여 살리겠다고 해서 (사실 그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일단 우리 브랜드 ss 제품부터 해서 내가 맡고 있는 열몇 개 브랜드들 생산하는 도중이었기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사람이 원하던 원치 않던 책임감이 생기다 보니 (물론 반 강제적인 시작이다만) 이전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수월하게 운영되고 있다. 제조업이라는 것이 단순히 안정성과 생산량만 높아서 되는 게 아니라 매출과 수익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 역시 만족할만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서 큰 걱정은 없다. 다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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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매출과 수입이 고점을 찍을 때 나의 워라밸은 극한의 최저점을 찍는데, 이는 이미 포기했다. 지금도 이미 열한 시간째 같은 책상에 앉아서 일만 하고 있으니 워라밸을 잠시나마 생각하는 건 사치겠지. 거짓말 같겠지만 정말 열한 시간째 그 자리 그대로 일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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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째 날, 업체들을 정리하고 공장 케파에 맞게 스케줄을 조정하고 생산 계획을 세우다가 사장님께 한마디 했다. "사장님 3월 스케줄 풀이예요. 꽉 찼네요." 사실 별건 아닌데 몇 달간 책임감에 어떻게 던 살려보겠다고 혼자 운영을 하며 이리저리 노력했던 게, 저 말 한마디로 조금이나마 스스로 위안이 되었다. 물론 사장님은 언제 그러셨냐는 듯 이제 제발 일 그만하고 싶다고 나한테 부탁 아닌 부탁을 하셨다. 제가 부자 만들어 드린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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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시작 할 때부터 말했듯, 내가 지금 목표로 하고 계획하는 일들은 단기간에 완성할 수 도, 하려고 해서도 안 되는 일들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다. 많은 경험들과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고 또 그걸 지탱해 줄 자본 역시 필요하다. 그래서 편하게 돈 벌며 살 수 있는 방법들 다 내버려 두고 여전히 시도하고 있는 거고. '문화를 위해', '예술을 하려고'. 그 어떤 사람이던 쉽게 쓸 수 있고 단어와 문장 그 자체로만으로도 한없이 멋있을 수 있다만, 나는 그 단어들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장사하기보다는 한평생 미완성일지라도 그 단어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맨날 혼자 얘기한다. 쪼들리지 말자고. 몇 년 뒤 이 글을 우연히 꺼내어 읽어 보았을 때, 그땐 부끄러운 내가 아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