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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인 Oct 01. 2024

근대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 ~1

데카르트는 확실한 것을 찾고 싶다

<유의점>

*본문에 등장하는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인용은 모두 井上庄七가 번역한 일역본을 필자가 한국어로 직접 재번역한 것



1. 확실한 학문의 토대를 세우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로 유명한 르네 데카르트


 아마 철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살면서 한 번쯤은 이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가 남긴 명언이지만, 과연 철학자가 남긴 말답게 난해한 문장이기도 하다. 생각하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 사이에 대체 어떤 상관관계를 발견했길래 데카르트는 이런 말을 남긴 걸까? 데카르트는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고찰했길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일까? 


 이번 챕터에서는 그의 연구의 시작점을 살펴봄으로써, 데카르트가 어떻게 근대 철학의 문을 열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데카르트는 자신의 저서인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Meditationes de prima philosophia; 이하 '성찰')> 의 도입부에서 자신의 철학적 탐구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나는 이미 수년 전부터 다음과 같이 느끼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을 참이라고 인정해 왔는가. 그리고 그렇게 인정하고 난 뒤 그 위에 쌓아 올린 것들도 얼마나 의심스러운 것인가. 그렇기에 내가 만일 학문에 있어서 언젠가 확고하게 지속되는 것을 세우고자 한다면, '일생에 한 번은 모든 것을 뿌리째 뒤엎어서 맨 처음의 기초부터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이다."


 여기서 데카르트가 품어왔던 의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껏 참이라고 믿어온 것이 실제로 참이라는 근거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그 모든 것들의 확실성은 어디에 기초하고 있으며, 또한 그 기초가 절대적이고 확실한 것이라는 근거는 대체 어디 있는가? 

 -나는 지금까지 잘못된 신념에 근거하여 거짓을 참이라고 믿어온 것은 아닐까? 

 

 그는 이러한 학문적 자기반성을 실천하기 위해 혼자서 모든 학문을 개혁하고자 하는 장대한 포부를 밝힌다.


 종래의 학문적 진리, 또는 진리로 인정되는 이론을 살펴보면 그것들이 진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확실성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학문적인 탐구 중에는 확실성이라는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인문과학, 법, 윤리, 역사와 같은 문과 과목은 말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이과도 예외는 아니다. 


 의학을 예로 들어보자. 의학은 언뜻 보면 확실한 수치와 정확성, 엄밀성으로 승부하는 학문으로 보이며 실제로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것들을 '확실하다'라고 인정하기 위해 쌓아 올린 근거는 사실상 죄다 임상적인 경험이 아닌가? '어떤 약을 투약했을 때는 부작용이 0.2%고, 어떤 치료법은 다른 치료법에 비해서 완치 사례가 현저히 많고...' 등등, 의학의 확실성이라고 믿어왔던 것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인간의 경험과 판단에 근거하고 있고 절대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이러한 학문들을 '모든 학문적 연구의 기초'로서 내세우기에는 2% 모자란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데카르트가 내세운 절대성과 확실성의 기준에 부합하는 학문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수학이다. 


 수학은 확실성이 본질이 되는 학문이다. 아주 간단한 사칙연산을 살펴봐도, 2+3의 답은 '5' 이외에는 없다. 불확실한 요소가 끼어들 여지도 없이, 단 하나의 진리만이 깔끔하게 도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데카르트는 수학이야말로 모든 학문에 있어서 흔들림 없는, 절대적인 기초라고 말한다. 


 그런데 위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기초'라는 개념이 과연 어떤 것이길래, 데카르트는 이다지도 견고한 기초를 찾아 헤매는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기초란 '거의 확실하다' 정도가 아니다. 조금 강하게 말하자면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 이미 정해진 것', 즉 유일한 진리가 이미 정해져 있는 학문이야말로 기초라는 이름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어떤 개연성도 있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보면 법학의 경우에는 같은 법 조항을 두고 해석이 갈릴 여지가 있으므로 여기에는 '해석이 달라질 개연성'이 있다. 


 이와 반대로 수학하나의 식에 대해 단 하나의 진리만이 존재하고 그 이외의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필연적인 학문이다. 바로 이런 필연적인 영역이야말로 데카르트가 확보하고자 한 학문성이며, 그는 이러한 학문성을 기초로 흔들림 없는 학문 체계를 확립하고자 계획한 것이다.


 



 절대적으로 확실한, 모든 학문의 기초. 데카르트는 바로 이런 것을 찾아서 기나긴 철학적 여정을 떠난다. 말하자면 그 역시도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란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철학을 시작한 셈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가 과연 어떤 방법으로 '기초'를 파고 들어가는지를 주제로 방법적 회의론에 대해 알아보며 그가 찾아낸 '확실함'이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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