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딸이 석사학위를 받던 그날
2025년 올해는 무척이나 더위가 오래간다.
'자랑스러운 딸'이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졸업식이 있던 그날도 무척이나 더웠다.
42년 전 1983 대학교 1학년인 나에게는 '이대' 하면 가슴 설레는 이름이었다.
가끔 신촌에 놀러 가 이대 정문 앞을 지나가다가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으나
'이 학교는 최고의 여자대학교이니까 남학생들은 정문을 지키고 있는 저 수위 아저씨가 못 들어가게 잡겠지' 생각하며 그냥 지나 간 기억이 있었다.
그 후 대학생 시절 대학서클에 가입하여 활동하던 중 이대생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대학아마추어미술동호회(아미동) 수원 서울농대(?), 서강대(강미반), 아주대(아미반), 이화여대(자연대미술반), 숙명여대(설미반)
인사동에서 연합전시회도 하고, 방학 때면 한 학교를 정하여 Art Training이라고 명명한 하계 그림 배우기 행사를 1주일간 진행하기도 했고, 청평유원지로 1박 2일 MT도 다니고 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만난 이대생의 이름은 한결 같이 남자 이름들이었다.
두 번째는 이대생을 만날 기회는 단체로 미팅을 나서면서 신촌에 있는 유명한 나이트클럽에서였고
그다음 만난 것을 취직했더니 직장동료가 이대생물학과 졸업생이었다.
젊을 적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런 이대를 우리 "자랑스러운 딸"이 졸업을 했다.
자랑스러운 딸은 내 핸드폰에 입력해 놓은 딸 닉네임이다.
아침 일찍 사진 촬영장비와 드론을 준비하여 이대 근처에 위치한 결혼 2년차 딸내미의 신혼집으로 2호선 타고 둘이서 갔다. 이대역 지하상가에서 보라색 꽃다발을 하나 사들고
예전의 8월 말이면 선선해지는 시기였지만 올해는 무척이나 덮다.
걸어서 15분 가면서 와이프가 딸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들어오면서 커피집에 주문해 놓았으니 세잔 들고 들어와" 참 좋은 세상이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다되는 세상이다.
작은 원룸에 들어가니 청소도 깨끗이 해놓았고 사진 찍으려고 화장도 인근 미용실에 가서 예쁘게 하고 왔단다.
촬영 장비와 졸업가운을 챙겨 40여 년 전 대학시절 못 들어가 본 그곳 이대를 향한다.
졸업하는 딸이 이대 하면 시그니처 사진 찍는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거기 가서 찍어야 한다고 하며 몇 장의 사진 샘플을 보내주었다. 졸업식장의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사진 찍어 먹고사는 전문사진사들이 호객행위를 많이 한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국인 졸업생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가슴설래이는 졸업식날 어여쁜 딸내미 사진을 쿵쿵거리는 가슴으로 찍었다.
사진기 3대를 동원하여 이것저것으로 열심히 찍다 보니 벌써 배터리가 다 되어 간다. 사진기의 배터리가 아닌 체력의 배터리가 다된 것이다. 더위에 지친 셋 모두 비슷하다.
졸업식날 일정이 전체 졸업식이 있고 단과대학별 학위수여식이 나뉘어 있단다. 전체 졸업식도 일부만 들어가고 학부형들은 스크린을 통해 보는 방식이다. 11시 30분에 시작되는 통역번역대학원 졸업식 시간 맞추어 다시 오기로 하고 원룸으로 철수하여 땀을 식히고 정신을 차린 후에 다시 단과대학 학위수여식장으로 들어갔다.
아까보다 더워진 날씨이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왔다.
사진 찍는 풍경이 멋지다.
단과대학 학위수여식은 조촐하다. 전공도 단출한 한영통역 4/번역 2, 한불통역 2/한불번역 2, 한일통역 5/번역 2, 한중통역 1 등 총 15명이 졸업한다. 졸업생도 몇 명 안 되고 졸업식장도 강의실 한 칸에 마련한 작은 방이다.
자랑스러운 딸과 함께 공부했던 일본인 '사와'가 졸업생 대표로 소감을 이야기하는데 눈물이 핑 돈다. 어려웠단다 졸업 때까지의 과정이 무척이나 힘들고 고된 날들을 이야기했다. 신기한 것은 일본인이면서 한국어를 너무 잘한다. 일반적인 일본사람이면 발음이 표시 나는데 사와는 표시가 나지 않는데 몇 년간 한국에서 살아서 그런가 생각된다. 딸 친구 사와와 함께 인근의 고깃집에서 점심을 함께 먹고 설래이는 이화여자대교 졸업식을 보냈다. 코로나로 가보지도 못했던 딸의 학사졸업식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다음 졸업식은 군대 간 아들 복학해서 열심히 공부해 학점 다 채우고 졸업식 가는 일정이 남았음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