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얼마 줄 거예요?

by 정지이

오랜만에 글을 쓴다. 얼마 만에 가져보는 휴식인가..라고 한 2분 정도 생각이 들었지만 난 늘 휴식을 하고 있었지 참.. 일을 오래 쉬다 보니 조금만 일을 해도 아주 무섭게 피로가 몰려온다. 그리고 쉰다고 해서 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가 보다.


응?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닌데 그게 왜 쉬는 거지?

혼자 이상한 생각에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내가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것도 쉬면서 알게 된 것이다. 근데 또 쉬는 게 아니잖아?


모르겠다. 별 의미 없는 생각에 시간을 쏟는다는 것도 메타인지 확립에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로 했다. 백수로 지낸 지 어언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불안함과 초조함도 내성이 있는 듯 이제는 그런 생각마저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내일 일을 하러 간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면접을 보러 간다. 면접인가? 미팅인 건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업계에서 나름 지인들이 많이 있었고 어디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관리자가 필요하다며 시간을 내줄 수 없겠냐는 제안에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응했다. 그래서 뭐 면접보다는 미팅이 맞겠다. 이런 일 저런 일 다 떠나서 페이가 궁금하다. 난 그것만 듣고 싶다.


예전에 내 업장에 자주 오던 고객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의 직업은 경찰이었다. 나보다 한 참 어린 친구였고 우리는 쉽게 말을 놓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말이 나왔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이런 대화를 했었다.


나 : 경찰이 이래도 돼??

동생 : 경찰도 사람인데요 뭘~

나 : 아.. 사람이었구나..

동생 : 아 형님~~

나 : 그래도 공무원이니까 나중을 생각하면 참 안정적이다 그렇지?

동생 : 나중까지 볼 여유가 없어요..

나 : 직업특성상 어쨌든 소방관이든 경찰이든 돈 보단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잖아.

동생 : 형님, 혹시 그거 아세요??

나 : 엉? 뭐??

동생 : 그 사명감이니 프라이드니 하는 것들은 우리가 중앙경찰학교 다닐 때 세뇌를 받는 거고요. 결국은 통장에 찍히는 월급이 우리 사명감을 만들어줘요.

나 : 헐.. 너만 그러겠지...

동생 : 아니에요 형님, 공무원 겸업 금지라 못하는 것뿐이죠. 부업이 절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동생의 솔직한 의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명감도 결국 월급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본인이 원했던 직업이지만 일은 일이다. 그 일을 하고 있는데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참 답답한 현실일 것이다. 작년에 그 동생은 결국 경찰공무원 생활을 약 5년간 유지하다 생계유지가 힘들어 그만두었다.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느냐. 공장을 다니고 있다.



나 : 뭐 하러 때려치았노? 그냥 버티지..

동생 : 아뇨 형님, 진짜 잘 때려치웠어요.

나 : 진짜? 공장 다닐만 한가벼??

동생 : 공장일은 힘들죠~ 근데 임신한 와이프한테 일해라고 할 수도 없고 혼자 벌어야 하는데 앞으로 애 낳고 하면 아.. 이 월급으로는 내가 가족들한테 몹쓸 짓하는 것 같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 : 그래서 지금은 경찰 할 때 보단 월급이 좀 늘었어?

동생 : 네 형님~ 그때보다 2배는 더 넘게 받는 것 같아요. 나름 만족합니다. 내 시간도 많이 생겼구요.



만족한다면 됐다. 훗날 내가 몸이 편해지고 지금의 일이 지겨워질 때쯤 철밥그릇을 걷어찬 자신을 후회하지만 않는다면 직업색깔이 뭐가 중요하리. 우리 엄마는 건물 2채로 임대업을 한다.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늘 이런 말을 했었다.



"돈은 더럽게 벌어라."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지저분하고 더러운 일을 하고 남들이 욕해도 벌고 난 뒤에 자신을 돌아봐도 안 늦다."

"꼭 어중간한 애들이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일만 하려고 하고 돈은 돈대로 못 번다."



아주 귀에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아마 엄마 자신은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이루어낸 것들이 있으니 나는 반박할 수가 없다. 그래서 좀 속보이더라도 내일은 내가 해야만 하는 질문을 꼭 하고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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