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하루가 시작되었다.
백수의 하루는 분주하지 않다.
나는 40세 무자녀 유부남 백수이다.
오전 9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고 커피를 한 잔 내리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생각을 했다.
오늘은 뭘 하면서 하루를 알차게 보내볼까..
얼마 전부터 같이 동업하자고 오래된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그 이후로 꽤 자주 연락을 하고 있었다.
뭐 재정상황이나 환경은 그 친구나 나나 비슷했다.
넉넉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어떻게 당당하게 동업을 제안할 수 있을까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
그리고 약 2개월 전 가정사로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런데 300만 원 정도만 빌려줄 수 없냐고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황스럽다.
일단 돈을 빌려줄 거라고 생각해서 전화한 것이 당황스러웠고,
3천도 아닌 3백만 원을 빌리고자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난 당황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일단 거절했다.
"친구야 미안한데 나는 3백이 아닌 3백억이 있어도 친구와 채권채무관계를 가지는 것은 싫다."
딱 잘라 말했다.
3백만 원이 당장에 없어진다 해도 내 생활에 지장이 가진 않지만 그래도 경험상 늘 빌려준 쪽이 후회하게 되고, 아쉬워하더라.
그랬더니 친구가 하는 말이
"00(여자친구)가 사고를 쳤는데 변호사 선임비가 부족하다"
"걔 집에도 얘길 했는데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응??
나이가 몇인데 무슨 사고를 쳐서 변호사까지 선임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변호사 선임을 할 정도면 일단 가해자인 건 확실하고, 구약식 벌금으로 끝날 문제는 아닌 듯했다.
그렇게 얘기를 듣고 홀린 듯이 돈을 이체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자기 여자친구가 사고를 쳤는데 왜 남자친구인 네가 책임을 지냐라는 질문도 하지 못했다.
이미 입금을 했고,
한 달 후쯤 바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1월 10일.
1개월이 훌쩍 넘어갔고, 연락은 되지만 아직 상환해 줄 수 있는 여력은 안 되는 듯해 보였다.
이렇다.
결국 빌려준 사람이 손해 보는 것이 친구,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거절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못해 여러 명에게 돈을 빌려주고 제대로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다. 7명 정도에게 빌려주었지만 받은 건 1명.
나름 친하게 지냈지만 7명은 연락이 되지도 않는다.
결론은 돈을 빌려주는 순간 그 상대방과의 인연도 끝인 것이다.
독하게 마음먹고 1명에게 돈을 받았던 경험을 쏟아내 보겠다.
첫 번째로 고소를 해야 한다.
고소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서를 가는데, 경찰서 말고 검찰정을 가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196조를 보면 검사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사료될 경우 수사를 해야 한다.
라고 명시해 놓고 있다. 이 말은 검사의 수사는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경찰은 수사를 해야만 하는 '의무'가 없다. 이 말은 내가 당근마켓 사기당하고 경찰에 가져가도 별 거 아니라고 판단해서 '내사종결'을 시켜버릴 수 있고 이 경우에는 검사에게 올라가지도 않기 때문에 처벌자체가 없는 경우가 있거나 '즉결심판'이라고 해서 처벌이 매우 약해지는 경우가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경찰서에 먼저 신고가 들어가면 추 후에 검찰에다가 신고한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한 번 수사한 사건은 재수사하지 않는다는 법이 있다. 이게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다.
두 번째는 고소를 해서 처벌을 받으면 지급명령을 거는 것이다.
검찰청 고소를 하게 되면 확실한 증거가 충분할 시에는 보통 3개월 이내에 그 사기꾼이 잡힌다. 잡혀서 처벌까지 받았으면 그다음차례는 지급명령이다.
지급명령은 참고로 상대방의 신상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신상을 모른다?
뭐.. 상관없다.
법원에 지급명령신청서를 써서 내면 내가 상대신상 몰라서 쓰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보충해 오라고 명령이 나온다. 그럼 그 법원의 공문을 들고 통신사 가면 상대방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동사무소에 가면 그 사람의 주소를 알려준다. 그렇게 신상을 알아내고 지급명령신청서에 쓰면 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지급명령은 상대방이 재판기록이 있고 그 재판기록에서 범죄사실이 있을 시에는 웬만해서는 다 수용된다. 상대방이 반박할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지급명령이 떨어지면 6개월간 버텨라.
어차피 줄 놈은 주고 안 줄 놈은 안 준다. 그냥 딱 6개월만 버티면 된다.
네 번째, 6개월을 버텼으면 '채무불이행자 명부등재 신청'을 한다.
이게 뭐냐면 법원에다가 "쟤 내 돈 안 갚았으니 신용불량자 만들어주세요" 하는 것이다.
보통의 사기꾼들은 이 상황까지 오면 대부분 먼저 연락이 오게 온다. 이때부터는 본인명의의 통장이 막히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통장 자체를 사용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에게 압류권한이 생긴다. 그러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법원에서 상대방의 재산조회신청을 한다. 재산조회를 한 뒤 일단 통장부터 먼저 압류를 걸어버리면 된다. 예금이 채무보다 많을 경우 통장만 압류 걸면 되고, 예금이 적을 경우 통장이랑 기타 상대방 재산들 중 뭐든 압류를 걸어버릴 수 있다. 만약 자동차가 있다? 자동차까지 압류 거는 것이 가능하다.
만약 여기까지 버티는 의지가 대단한 사기꾼을 만났다면 채무에 대한 소멸시효는 10년이기 때문에 10년에 한 번씩 법원 찾아가서 채무불이행자 명부등재를 해주면 된다.
쓰고 나니 내용이 길어졌다.
위 내용은 4~5년 전쯤 SNS에서 알게 되어 써먹었던 방법인데 꽤 유용하며 이 이상의 확실한 방법도 없다.
돈을 빌려주고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면 꼭 이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